마켓인사이트 7월22일 오후 2시23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진행 중인 대한조선이 채권단으로부터 43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받게 됐다. 법원과 채권단이 법정관리 기업에 대규모 여신을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대한조선에 4300억원을 신규 지원하는 안건을 허가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채권단은 운용자금 650억원, 수입신용장(LC) 대금 460억원,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3200억원 등의 형태로 4300억원을 신규 지원하기로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한조선은 채권단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했지만 2012년 한 홍콩선사가 ‘지급보증 채무를 갚으라’며 500억원대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며 “이를 해소할 경우 회사가 회생할 것이란 판단에 따라 전격적인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채권단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은 채권단 의결에 의해 신규자금 지원이 가능했지만, 법정관리 기업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실패한 기업’이라는 낙인 효과 때문이다. 채권단이 법정관리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려면 손실 위험에 대비해 막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도 컸다. 특히 법정관리 기업들과 거래했던 협력업체들은 상거래채권이 동결되거나 조정돼 연쇄부도를 당하는 피해를 보기도 했다.

법원과 채권단은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신속한 법정관리행을 통한 자금 지원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대한조선의 상거래채권에 대해서도 우선 변제하도록 해 협력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채권단의 자금 지원 사례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제도의 장점을 모두 활용한 만큼 ‘긍정적 선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이라도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법정관리를 활용해 우발 채무를 최소화하고 신규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배석준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