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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여객기 안전 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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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천자칼럼] 여객기 안전 항로
    하늘에도 길이 있다. 항로 또는 항공로라고 부른다. 1947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출범하면서 국제적 표준이 마련됐다.

    육안비행이 전부였던 항공 역사 초기에는 항로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1908년 처음으로 도버 해협을 횡단한 블레리오는 지형과 도로를 내려다보며, 또 철새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날았다. 1927년 찰스 린드버그가 대서양 단독 횡단비행에 나설 때 미국은 전파를 이용해 비행기 위치를 알 수 있게 하는 지원시설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관제라는 개념이 나왔다. 지원과 통제를 위해 규칙이 필요해졌고 항로도 하나둘씩 늘어갔다.

    한국 최초의 정기항로는 1929년에 개통됐다. 일본항공회사가 우편물 수송을 위해 서울 평양 대구 신의주 등과 도쿄를 연결해 개통한 노선이었다. 최초의 국제선은 1954년 열렸는데 서울 타이베이 홍콩을 연결하는 항로였다. 2013년 12월 현재 한국에는 37개의 항로가 설정돼 있다.

    육안으로는 볼 수 없지만 항로는 제법 넓다. 너비가 육상에서는 약 15㎞, 해상에서는 90~180㎞ 정도 된다. 항로를 비행할 때 서로 방향이 다른 비행기는 1000~2000피트 고도차를 두게 돼 있다. 항로를 이탈하지 않고 자기 고도만 지키면 많은 비행기가 교차해도 사고가 나지 않는 안전한 길이라는 얘기다.

    항로는 민간항공기를 보호하기 위한 고유 영역이다. 전투기 등은 유사시를 제외하고는 특정한 훈련공역에서 연습을 하기 때문에 항로에 접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민항기 조종사들은 육안으로 군용기를 보기만 해도 ‘니어미스(near miss·준사고)’라고 항의한다. 항로는 민간항공기의 안전한 비행을 위해 국제적으로 정해 놓은 것이지만 그 길이 항상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피격돼 298명의 목숨을 앗아간 말레이시아 항공도 ICAO가 공인한 항로를 비행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가 분쟁 지역이긴 하지만 그 상공, 그것도 10㎞ 위로 비행하는 여객기에 미사일이 발사되는 상상도 못할일이 벌어졌다. 일부에서는 운영경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험지역을 무리하게 통과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독일 루프트한자, 영국 브리티시항공, 프랑스 에어프랑스, 그리고 싱가포르항공 등이 사고 직전까지 계속 운항해온 것을 생각하면 항공사 방침의 차이다. 항공사마다 최적경제항로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거대한 위험이 있을 줄 생각이나 했겠는가.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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