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마스터스 초대 챔피언에 오른 윤채영이 20일 제주 오라CC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우승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마스터스 초대 챔피언에 오른 윤채영이 20일 제주 오라CC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우승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제공
‘미녀 골퍼’ 윤채영(27·한화)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삼다수마스터스’(총상금 5억원)에서 연장접전 끝에 데뷔 9년 만에 감격의 첫 우승을 차지했다.

윤채영은 20일 제주 오라CC(파72·6522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1언더파 205타로 김해림(25·하이마트), 장수연(20·롯데마트)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우승상금은 1억원.

172㎝의 훤칠한 키에 모델 뺨치는 늘씬한 몸매로 후원사들의 ‘영입 대상 0순위’였던 윤채영은 2006년 투어에 데뷔했다. 2007년부터 한 번도 상금랭킹 41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안정된 실력을 갖췄으나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는 ‘비운의 선수’였다.

9년이란 긴 시간을 인내하고 달려온 윤채영의 첫 승은 기다림만큼이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김해림과 공동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돌입한 윤채영은 13번홀(파4)에서 12m긴 버디 퍼팅을 집어넣으며 합계 11언더파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가장 어려운 14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한 윤채영은 15번홀(파5)에서 1m 버디를 성공시키고, 18번홀(파4)에서 6m 버디를 잡아 합계 11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끝낸 장수연과 공동 선두가 됐다.

그러나 윤채영은 16번홀(파4)에서 티샷이 왼쪽 나무 아래로 들어간 뒤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지면서 보기를 범했다.

우승 경쟁에서 탈락하는 듯했으나 윤채영은 17번홀(파3)에서 5m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18번홀에서는 살떨리는 1.5m 파세이브 퍼팅을 집어넣으며 연장전에 합류했다.

윤채영은 18번홀에서 치른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m 옆에 붙여 버디로 연결한 뒤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김해림도 2m 버디 찬스를 맞았으나 실패했고 장수연은 티샷이 왼쪽 러프로 들어가면서 ‘3온’ 후 파에 그쳤다.

지난겨울 3개월간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살을 찌우려고 매일 계란 흰자 30개를 먹은 김해림은 막판 버디 찬스를 맞았으나 퍼팅 집중력이 흔들리며 매번 퍼팅이 짧았다. 연장전에서 짧은 퍼팅을 피하기 위해 다소 강하게 친 것이 홀을 크게 벗어나버렸다.

윤채영은 “초반부터 마음이 편했고 좋은 경기를 펼치면서 9년 만에 첫 우승을 하게 돼 정말 기쁘다”며 “그동안 고생하신 부모님께 우승으로 보답할 수 있게 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17번홀 버디를 하고 나서도 선두권에 근접했나 정도만 생각했지 마지막홀까지 우승할 줄 몰랐다”며 “하반기에도 꾸준히 상위권에 올라 다시 한 번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자 골프 세계랭킹 3위인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이날 3번홀(파3·175야드)에서 6번 아이언으로 자신의 공식 대회 첫 홀인원을 잡는 등 5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0언더파 205타로 이다솜(25·한화)과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시즌 3승을 노리던 백규정(19·CJ오쇼핑)과 김효주(19·롯데)는 합계 8언더파 공동 6위를 기록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