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 "유사 사고 막겠다"…李 "문제 덮으면 범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지난 12일과 18일 각각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두 사람 취임 이후 KB금융과 국민은행은 끊임없는 사건 사고에 시달렸다. 지난 5월19일엔 전산교체를 놓고 두 사람이 정면으로 대립하는 모습도 보였다. 두 사람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통보받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시련의 1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임 회장은 KB캐피탈(옛 우리파이낸셜)과 LIG손해보험을 인수,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행장은 ‘스토리 금융’을 통해 영업관행을 상당 부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원들에게 죄송하다”

이 행장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 1년간의 소회에 대해 “쉴 틈 없이 사건 사고가 터졌다”며 “이유를 막론하고 조직의 수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산 교체 문제에 대해서는 “돌이켜봐도 부끄러운 행동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산 교체 과정에 허위와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감사보고서를 보고도 그냥 덮는 것은 은행장으로서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문제가 밖으로 알려지면 애초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시끄러워질 수 있고 역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점도 예상했다”며 “그러나 자리보전을 위해 문제를 덮고 간다면 내 얼굴을 보는 2만2000여명의 KB 식구들에 대한 범죄”라고 덧붙였다.

임 회장도 일련의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는 15일 전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임직원들이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사기가 떨어지고 자긍심이 실추된 것에 대해 회장으로서 매우 죄송하다”고 했다.

임 회장은 사태 재발 방지에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그는 “해결 방안의 핵심은 사람과 실천”이라며 “나부터 솔선수범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직원들이 억울하게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사람이 취임 1년을 맞아 그동안의 사태에 대해 사과했지만, 전산교체를 둘러싼 갈등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임영록 회장
임영록 회장
○비은행 부문 강화는 성과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지난 1년간 KB금융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받고 있다. 임 회장은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실패했지만, KB캐피탈에 이어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비은행 부문을 강화했다. 정보유출 사태로 홍역을 치른 KB국민카드도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이 행장은 고객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상품을 팔겠다는 ‘스토리 금융’을 영업 현장에 뿌리내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새로운 영업 방식 도입에 따른 실적 하락 우려와 달리 지난 1분기 2582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KB그룹 전체 순이익(3735억원)의 70%에 달한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징계 결정이 두 CEO의 남은 임기에 최대 변수다. 제재심의위는 이르면 오는 24일, 늦어도 다음달에는 제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두 사람의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취임 2주년을 맞지 못할 수도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