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탄 모스크 앞의 부소라 스트리트 풍경.
술탄 모스크 앞의 부소라 스트리트 풍경.
싱가포르에서 부기스 지역은 가장 이국적인 동네가 아닐까 싶다. 아시아가 아니라 중동에 온 듯한 분위기가 물씬 나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아랍 상인들이 이 지역에 정착해 살면서 자연스럽게 주변국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중동의 이슬람 문화와 종교가 뿌리를 내렸다. 이 때문에 이 동네에 가면 이슬람 사원과 차도르를 두른 여인들, 하얀색 전통의상인 토브를 입은 무슬림 남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사원과 이국적 풍경

부기스의 가장 대표적인 볼거리는 역시 술탄 모스크. 관광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이 사원에서는 하루에 다섯 번씩 예배 시간을 알리는 아잔 소리가 울려퍼진다. 황금색 돔 지붕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사원 안에서 아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순간 싱가포르가 아닌 중동의 어느 나라로 여행을 온 듯한 기분에 흠뻑 빠지게 된다.

이슬람 음식점이 많은 동네

하지레인 바로 뒷골목인 발리레인 풍경.
하지레인 바로 뒷골목인 발리레인 풍경.
부기스 지역에서는 우리가 쉽게 접하기 힘든 이슬람 음식을 비롯해 다양한 맛집들을 경험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아랍 스트리트에 있는 잠잠은 무르타박을 잘 하는 곳으로 소문난 집. 무르타박이란 얇게 편 반죽 위에 달걀과 양파, 마늘, 다진 고기 등을 넣고 프라이팬에 지져내는 요리로, 매콤한 커리 소스와 함께 먹는 이슬람 음식이다. 부기스의 대표 맛집 거리인 리앙시아 스트리트에도 길게 늘어선 숍하우스 안에 다양한 맛집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부기스에서 유명한 동네는 뭐니뭐니 해도 하지레인이다. 홍대 골목 안에 있는 아기자기한 옷가게들처럼 개성 넘치는 현지 디자이너들의 부티크 숍과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벽에는 강렬한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어 그 어느 지역보다 활기차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넘친다.

하지레인 안에 있지만 한국 여행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고수의 집들도 있다. 그중 한 곳은 바 스토리스. 싱가포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실력 있는 칵테일 바로, 이 골목에서 5년째 터를 잡고 있다. 특이한 것은 칵테일 메뉴 리스트가 아예 없다는 것. 손님이 어떤 맛과 향, 어떤 종류의 술을 좋아하는지 말해주면 전문 바텐더가 어울리는 것을 바로 만들어준다.

칸다하르 스트리트 유명 카페 밀집

말레이헤리티지 센터가 마주 보이는 이 골목에는 요즘 핸드드립 커피가 맛있고, 칵테일이 소문난 집, 베니스의 정취가 물씬 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컬렉션 감각이 돋보이는 인테리어 가구 숍 등이 모여 새로 뜨는 거리를 형성했다.

그중에서도 싱가포르의 멋쟁이들이 입을 모으는 곳은 메종 이코쿠. 1층은 카페, 2층은 칵테일 바로 이뤄졌다. 1층 카페에서는 도쿄의 유명한 스트리머 커피 컴퍼니의 주인 사와다 히로시에게서 교육받은 바리스타들이 정성 들여 만든 멋진 라테아트 커피를 선보인다.

칸다하르 거리를 유명하게 만든 메종 이코쿠와 함께 챙겨볼 만한 곳은 치케티 레스토랑. 문을 연 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이곳은 베네치아 출신의 잘 생긴 주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오늘의 파스타’ 한 가지와 나폴리의 화덕 피자 등을 판다. 아랍 음식은 물론 세계의 맛집들이 숨어 있는 부기스는 싱가포르 안에서 또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게 해주는 매력적인 동네다.

맛집 탐방!

싱가포르 잠잠
무슬림 음식인 무르타박 요리집으로 유명. 1908년에 시작해 100년이 넘은 집이다.

바 스토리스(barstories.com.sg)
싱가포르에서 수준급 칵테일을 맛보고 싶다면 이곳으로.

메종 이코쿠(masion-ikkoku.net)
8가지 다른 방법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커피 전문점. 2층에서는 수준급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치케티 레스토랑(cicheti.com)
베니스의 한입거리 음식인 치케티와 나폴리 피자를 잘하는 곳.

싱가포르 =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ssummersu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