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갈등설도…유장관 "오래전에 사임의사"
특히 이미 후임자(황우여 후보자)가 정해진 서 장관과 달리 유 장관은 후임자(정성근 후보자)가 전날 자진사퇴해 새로 후임을 뽑아 임명하려면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리는 상황이어서 갑작스러운 면직 처리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무성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후임자가 발표되면 관례적으로 전임 장관에게 사표를 받는 절차가 있는데, 후임 장관이 오기까지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돼 미리 사표를 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체부의 경우 후임자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 장관이 지금 그만두면 최소 한 달간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미리 사표를 수리한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문체부는 새 장관이 올 때까지 유 장관이 업무를 계속 수행할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갑작스러운 면직 처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더구나 최근 조현재 1차관마저 한국체육대학 총장 응모를 위해 그만둔 상태여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등 큰 행사를 앞두고 주무 부처로서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는 김종 2차관 대행체제로 간다고 했지만, 2차관은 관광·체육 부문 담당이어서 문체부를 총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유 장관이 박근혜 정부의 초대 문체부 장관에 취임한 이후 그동안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유 장관이 인사 문제 등을 놓고 청와대는 물론 친박근혜계 인사들과 불편한 일이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문화부 차관으로 일하던 도중 청와대 실세 비서관의 인사 청탁을 거부하는 등 충돌을 빚다가 경질된 적이 있다.
유 장관은 평소 소신이 뚜렷해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등에서도 튀는 발언을 하는 몇 안 되는 장관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말 세월호 참사 후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응책을 논의하던 중 “내각부터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는 게임 셧다운제를 놓고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조윤선 전 여성부 장관(현 청와대 정무수석)을 몰아붙인 일도 있다.
일부에서는 정성근 전 후보자의 사퇴로 유 장관의 유임설이 나돌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사표를 서둘러 수리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유 장관은 이날 “개인적으로 뜻한 바가 있어 오래전부터 사임 의사를 밝혀왔다”며 “(거취와 관련) 다른 얘기는 적절치 않고 그렇게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정종태/유재혁 기자 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