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온성 있는 옷차림으로 무난히 넘어간 겨울, 입고 싶은 원피스를 조금은 참아야 했던 봄철이 무사히 지났다. 그러나 노출이 불가피한 여름이 오면서 고민에 휩싸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하지정맥류 환자들이다. 하지정맥류는 이따금씩 다리가 붓고 욱신거리는 통증을 동반하지만 크게 불편함이 없는 편이라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때문에 정작 반바지가 필수인 여름철에는 하지정맥류가 더욱 심해져 ‘긴 바지족’이 되는 환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정맥 내 혈관판막 기능 이상

하지정맥류란 다리로부터 심장으로 올라가는 혈관인 정맥 내에 혈액의 역류를 막기 위한 혈관판막(밸브)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혈관판막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으로 가야 할 혈액이 다리 쪽으로 역류하여 종아리나 허벅지 쪽의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고 구불구불해지면서, 청색 또는 자주색으로 도드라져 보이게 되는데 이를 하지정맥류라고 한다. 하지정맥류는 외관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다리에 무거운 느낌과 함께 쉽게 피곤함을 느끼게 되는데, 종종 욱신거리는 증상이 동반되며 야간에 근육 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 질환 정도가 더욱 심해질 경우 혈전성 정맥염, 피부 변색 및 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

◆중년 여성이 과반수

최근 발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하지정맥류 진료인원은 1년 중 6월에 가장 크게 증가했으며, 전반적으로 여름철에 환자가 집중되는 추세다. 그 이유는 하지정맥류가 여름철에 유독 많이 발병한다기 보다는, 혈관이 도드라져 보이는 하지정맥류의 대표적인 증상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남성보다는 여성의 진료인원이 약 2배 이상 많고, 40~50대 중년층 진료 인원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여성들이 미용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보다 능동적으로 하지정맥류 치료에 임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하지정맥류는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여성 발병률을 더욱 높이기도 한다.

하지정맥류는 유전적 소인, 노화, 비만을 비롯해 장시간 서 있는 직업인 경우 등 원인이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임신 또한 하지정맥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임신 초기 분비되는 호르몬이 정맥의 수축을 방해하면서 하지정맥류가 발생될 수 있다. 또 임신을 하면 자궁이 커지면서 혈액량 증가, 복압 상승으로 인해 정맥순환장애가 생길 수 있다. 출산 후 어느 정도 원래 상태로 호전되지만, 한 번 손상된 정맥류는 시간이 지나면서 기능이 점점 저하되기 때문에 출산 경험이 있는 40~50대 중년 여성들의 발병률이 높아진다.

◆환자 맞춤치료 어떤게 있나

하지정맥류 치료는 압박요법과 약물요법 등의 보존적 치료부터 혈관경화 주사요법, 레이저 치료, 정맥류 발거술 등 수술적 치료까지, 환자의 질환 정도에 따른 체계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보존적 치료는 핏줄이 비치기 시작하는 하지정맥류 초기 상태, 혹은 예방적인 치료법으로 압박 스타킹을 이용한 압박요법,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운동요법, 약물요법 등이 해당된다. 뿐만 아니라 시술을 원치 않거나 임신으로 인해 수술을 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보존적 치료 방법을 진행하게 된다.

하지정맥류 중기에는 혈관주사 경화요법이나 레이저 치료법으로 하지정맥류를 치료한다. 혈관주사 경화요법은 정맥에 혈관 경화제를 주사하는 방법으로, 그물 모양, 거미줄 모양의 정맥류 치료에 특히 효과가 있다. 레이저 치료법은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정맥 내막을 태워 수축시키는 방법으로 튀어나온 하지정맥류를 보다 간편한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시술 당일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 재발 위험성이 높은 심각한 경우에는 정맥류의 근간이 되는 문제의 정맥류를 직접 제거하는 정맥류 발거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최영수 서울부민병원 외과 과장은 “노출이 불가피한 더운 여름철이 되어야 하지정맥류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는 분이 많다”며 “평소 다리가 자주 붓거나 정맥류 초기 증상이 의심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이어 “몸에 꽉 끼는 옷을 즐겨 입거나 딱딱한 신발을 신지 않는 등 평소 생활 습관을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