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사유 넘치는 책 들고 인문학 바캉스 떠나볼까
평소 바빠서 책을 못 읽은 사람들에게 휴가는 독서를 위한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지식과 교양의 깊이 및 폭을 두루 갖춘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들이 만드는 고품격 오피니언 주간 신문 ‘한국경제 비타민’이 너무 어렵지도 가볍지도 않은 ‘휴가철 필독 도서 10권’을 선정했다. 도시가 인간을 어떻게 더 풍요롭게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밝힌 《도시의 승리》부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파헤친 《제국의 위안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건국 과정을 담은 《이승만의 네이션빌딩》에 이르기까지 지적 포만감을 안겨줄 책들이다.

지식·사유 넘치는 책 들고 인문학 바캉스 떠나볼까
《사회주의의 심리학》(귀스타브 르 봉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북스)은 프랑스 심리학자 르 봉(1841~1931)의 사회학 명저다. 100여년 전 ‘드레퓌스 사건’으로 프랑스 사회가 양분된 상황에서 성공하는 국민의 조건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세계를 이끄는 국민이 될 수 있는지를 성찰했다. 그는 프랑스 사람들의 도덕과 의지가 약하고 이기적이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라틴 민족의 특성이라며 혁명보다는 교육개혁을 통해 작은 성공을 수없이 쌓아야 민족성이 변화한다고 설파했다.

《지적 사기》(앨런 소칼 외 지음, 이희재 옮김, 한국경제신문사)는 라캉, 보드리야르, 들뢰즈 등 현대 철학의 지적 남용을 과학적으로 폭로한 문제작이다. 저자 중 한 명인 앨런 소칼 뉴욕대 교수는 이 책에서 이름난 지식인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원래 맥락에서 벗어난 과학적 개념을 써먹거나 과학 문외한들에게 정확한 뜻조차 밝히지 않고 그 개념을 끌어들인 것은 지적 사기라고 지적한다.

《1417년 근대의 탄생》(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이혜원 옮김, 까치)은 역사 속 연결고리를 통해 르네상스의 태동 및 전개 과정을 흥미롭게 밝혀내 퓰리처상(논픽션)과 전미도서상(논픽션)을 함께 받은 책. 1417년 겨울, 30대 후반의 ‘책 사냥꾼’ 남자가 독일의 한 수도원 서가에서 옛 필사본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인간이 종교와 봉건적 속박에서 벗어나면서 ‘암흑의 중세’가 마감되고 ‘재생의 르네상스’가 열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문명의 역사를 성찰하는 책도 있다. 《도시의 승리》(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이진원 옮김, 해냄)는 “도시야말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며 도시의 인접성·친밀성·혼잡성이 인재와 기술, 아이디어 같은 인적자원을 한곳에 끌어들임으로써 혁신의 중심지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고결한 야만인》(나폴리언 섀그넌 지음, 강주헌 옮김, 생각의힘)은 아마존 밀림 속에 있는 최후의 원시부족 야노마뫼족과 인류학자들이 함께한 삶을 기록한 문화인류학 연구의 결정판. 사회의 기원과 인간 종의 본성을 비춰주는 명저다.

《삶을 견딜 만하게 만드는 것들》(다사헌)은 간암 투병 중인 소설가·시인·사회평론가 복거일 씨의 시 감상 에세이다. 그는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드는 모습에서 샌더슨 밴더빌트의 ‘섣달’이라는 시를 떠올리며 봄을 재촉하는 몸짓을 읽어낸다. 김탁환의 장편 《밀림무정 1, 2》(다산책방)는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하던 1940년대 초, 개마고원 포수와 조선 마지막 호랑이의 승부를 그린 작품. 밀림에서 펼치는 호랑이와 포수의 숨 가쁜 추격전이 압권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