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들, 여검사에게 구속되면 망신이라고 몸 사렸죠"
정옥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6부 부부장검사(45·사법연수원 29기)는 여성 최초로 조직폭력 전담 검사를 지냈다. 2004년 수원지검 조사부에서 경제범죄를 수사하던 중 “최근 조폭들이 주가조작에 손을 댄다”는 얘기를 듣고 ‘전공’을 바꿨다. 이후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경제범죄를 여러 건 수사하며 수원에서 이름을 날렸다. 정 검사는 “당시 수원 폭력조직이 ‘여검사에게 구속되면 망신이니 절대 싸우지 말자’고 합의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검찰을 주름잡는 ‘여검사 4인방’이 화제다. 대검찰청 검찰미래기획단(단장 김진숙)은 정 검사를 비롯해 여검사 4명을 연사로 초청해 지난 10일 대검에서 ‘제2회 검찰 릴레이 포럼’을 열었다. 이들은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강력, 공안, 특수, 기획 전담을 여성 최초로 맡은 경력을 갖고 있다.

서인선 서울북부지검 검사(40·31기·헌법재판소 파견)는 굵직한 간첩 사건을 많이 다루는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검사를 여성 최초로 지냈다. 2009년 청주지검에서 일할 때는 을지훈련 상황실장을 맡아 생소한 군사용어와 전시법령을 공부하며 철저히 준비해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다.

김남순 울산지검 형사3부 검사(41·30기)는 2009년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에서 일할 때 모 구청장 뇌물수수 사건 재판에서 극적으로 유죄를 이끌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김 검사는 끈질긴 증거 수집 끝에 뇌물을 준 사람이 말한 것과 똑같은 구조의 구청장 사무실 사진을 찾아내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었다.

박지영 대검 피해자인권과장(44·29기)은 법무부 검찰과 검사를 여성 최초로 지냈다. 박 과장은 “남성이 맡던 검찰과에 발탁돼 ‘머리에 안 맞는 모자’를 쓴 것처럼 부담이 많았다”며 “내가 좋아하는 동료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하고 나 스스로도 그대로 하기 위해 노력하며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