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 선 경제정책] 최경환의 부양카드 '神의 한 수' 있을까…걱정半 기대半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 뒤 첫 작품으로 내놓을 하반기 경제운영 방향에 대해 청와대와 여권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일각에서는 최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내수를 살리겠다며 제시한 해법들에 대해 실현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최 후보자는 지난 8일 청문회 답변에서 “취임하면 1주일 내에 종합적인 경기대책을 망라하는 정책을 발표하겠다”며 ‘투 트랙’ 구상을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체질을 개선해 3%대 중반으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단기적으로는 민생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춰 재정을 풀고 가처분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권 내 한 정책통 의원은 “최경환 경제팀의 가장 큰 리스크는 시장에 형성된 과도한 기대감”이라며 “1기 경제팀과는 뭔가 다른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이 오히려 경제팀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 후보자가 제시한 ‘투 트랙’이라는 것은 과거 경제팀에서도 구사했던 것이고, 사회 구조적 갈등이나 정치적 요인으로 정책이 먹히지 않는 현실에서 뾰족한 새로운 정책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일각에서도 최 후보자가 다음주께 내놓을 경제운영 방향에 대해 여론의 역풍이 불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한 관계자는 “1기 경제팀의 경우 중요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여론 악화로 정책이 꼬이는 악순환이 벌어졌는데, 시장 친화적 정책을 내세운 최경환 경제팀 역시 그런 과정을 되풀이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최 후보자가 경기를 살릴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한 몇가지 구상에 대해서도 비판론이 감지된다. 민간 소비 진작을 위한 수단으로 ‘기업의 유보이익을 임금 인상이나 배당으로 돌려 개인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도록 하겠다’는 구상이 대표적이다. 여권 정책위 한 관계자는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인데, 배당을 늘리면 오히려 외국인이나 대주주의 배불리기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기업들로 하여금 배당을 늘리게 유도할 수단도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 인상 역시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데다, 설사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더라도 유보이익이 많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상이 이뤄질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소득 양극화를 더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다.

최 후보자가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도 한계상황에 처한 자영업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지적이 있다. 비정규직 임금수준 개선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구조적인 갈등이 얽힌 문제인 만큼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해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역시 올해 세수결손이 10조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데다, 경제성장률 목표치 하향 조정에 따른 상당폭의 감액추경이 불가피해 실제 경기부양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