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꺼지고 있다. 세계경제의 회복 지연과 세월호 충격의 연타를 맞은 탓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0%에서 3.8%선으로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IMF가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이미 하향조정(2.8%→2.0%)한 것도 감안했을 것이다. 이미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춰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0.2%포인트라는 숫자의 문제만도 아니다. 경제가 반전의 계기를 잡지도 못한 채 또다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게 진짜 문제다.

경제는 심리라는데,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사라지면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지난 4, 5월 산업생산이 줄고, 6월에도 개선 기미가 없다. 오히려 달러당 1000원선 붕괴를 앞둬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걱정이 태산이다.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돼도 너무 안된다”고 비명이다. 내수가 꽁꽁 얼었어도 상반기 카드 해외구매는 20%나 급증했다. 소비도 투자도 자꾸 나라 밖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지난 3년간 저성장 늪에서 허우적대는 동안 우리 사회의 분배와 복지 요구는 거셌다. 경제민주화 광풍은 지나갔지만, 관련 입법들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은 이제 시작이다. 규제개혁을 외치던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와 인사파동 끝에 집단 무기력증에 빠진 반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은 점점 노골적이다. 이익집단들도 고개를 든다. 이런 와중에 동양, 웅진, STX가 무너졌고 동부, 팬택 등도 위태롭다. 삼성전자 현대차 빼고 안심할 곳이 없을 정도다.

새로 출범할 최경환 경제팀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쨌거나 일본이 아베노믹스의 세 개의 화살(금융완화, 재정확대, 성장전략)로 분위기를 반전시켰기에 더욱 그렇다. 대규모 추경과 금리인하를 통해 단기 자극을 줄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선의 정공법은 규제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장기적으로 체질을 바꾸고 경제적 자유를 확대하는 것이다. 무책임한 정치는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한다. 1997년 위기가 다시 올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