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상업분쟁을 빠르게 해결하는 중재 절차에 재판의 가처분에 해당하는 ‘임시적 처분’이 도입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산하 중재법개정위원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재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이르면 올해 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일부 문구가 아닌 내용을 고치기 위해 중재법을 개정하는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임시적 처분은 중재에 회부된 분쟁에서 빠른 조치가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최종 판정이 나오기 전이라도 판정부(법원의 재판부에 해당)가 조치 명령하는 것이다. 재판의 가처분과 비슷하기 때문에 도입되면 중재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중재법에 임시적 처분과 관련된 조항은 있지만 집행을 담보하는 내용이 없어 의미가 없었다.

법무부가 중재법을 개정하는 것은 국제중재를 국내에 유치해 경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다. 국내에 상업분쟁 중재기구와 시설은 있지만 외국 기업 간 중재를 유치한 사례는 아직 없다. 서울국제중재센터(SIDRC)는 국제중재 유치를 활성화하면 중재인 보수, 변호사 선임비용 등에서 앞으로 5년간 약 50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기업들은 중재지를 선정할 때 그 나라의 중재법을 가장 많이 고려한다”며 “법을 선진화하면 국제중재 유치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윤 SIDRC 변호사는 “한국은 중국과 문화적·지리적으로 가깝고 미국과도 친밀하기 때문에 아시아와 영미권 국가 간의 중재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중재 합의를 반드시 문서로 남기도록 한 현행 규정을 바꿔 구두 합의도 인정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중재 판정을 집행할 때 지금은 법원에서 이행 ‘판결’을 받아야 하는데 앞으로는 ‘결정’만으로도 가능하도록 해 절차를 신속하고 간결하게 만들 방침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