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시범단지가 2004년 6월30일 준공됐으니 벌써 10년 세월이 지났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개성공단은 괄목할 만한 양적 성장을 거뒀다. 입주기업은 15개에서 125개로 늘었고, 3000여명이던 북한 근로자도 5만여명으로 불어났다. 생산 첫해인 2005년 생산액은 1491만달러였지만 올 1분기 생산액은 1억681만달러로, 누적생산액이 23억685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질적 변화가 수반되지 않아 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개성공단은 출범 초부터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되는 상생의 공간으로 인식됐다. 즉 한국의 경우 노동집약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는 현실에서 지근거리에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북한의 경우 개성공단은 위장실업 상태에 있는 근로자들에게 훌륭한 취업기회를 제공하고, 근로자들이 경쟁력 있는 제품 생산과 선진기업 운영기법을 직간접적으로 체득할 기회가 되며, 성공적 경제특구 개발모델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통치자금의 달러박스’로서의 기능은 외면할 수 없는 매력이었다.

문제는 남북한이 정치·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개성공단이 항상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개성이라는 지리적 공간이 북한에 있어 북한이 ‘배타적 행정권’을 일방적으로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성공단 질적 변화의 출발점은 북한의 배타적 행정권을 어떻게 축소시킬 것인가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정치·군사적, 대남정책적 차원에서 배타적 행정권을 일방적으로 행사해왔다.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2008년 12월에 개성공단 상주인원 및 통행시간을 축소하고, 2009년엔 육로통행을 차단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2013년 5월 공단 근로자를 전원 철수시키고 강제로 공장가동을 중단시켰다. 이처럼 북한이 개성공단을 매개로 한국 정부를 겁박한 배경에는 공단에 대한 배타적 행정권의 활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공단폐쇄라는 벼랑 끝에서 남북한은 지난해 8월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하고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원칙에도 합의했다. 제도적 장치로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매분기 1회 개최하고, 산하에 ‘출입·체류 분과’, ‘투자보호 및 관리운영 분과’, ‘통행·통신·통관 분과’, ‘국제경쟁력 분과’ 등의 위원회를 두기로 합의했다. 발전적 정상화의 초점은 입주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와 국제기준을 준용하는 공단으로의 변화라는 점이다. 즉 북한의 일방적 행정조치로 인한 공장가동 중단사태를 방지하고, 기업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제반조치를 강구하며, 국제기준을 준수하는 공단으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는 이런 정상화에 역행하고 있다. 6개월 만에 개최된 남북공동위원회에서 임금인상문제를 제기한 것은 경영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며, 공단을 ‘통치자금의 달러박스’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케 했다. 경영환경개선을 위한 통행·통신·통관의 3통문제, 출입절차간소화 문제 등을 외면했고, 배타적 행정권을 완화할 수 있는 공단의 국제화 문제에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제기준을 준용할 태도변화 또한 전혀 감지되고 있지 않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북한 근로자에게 임금이 직접 지급되는 것도 매우 요원해 보인다.

북한의 인식변화가 절실하다. 물론 한국도 협상과정에서 북한의 인식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개성공단이 평화와 통일의 희망을 가꾸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조용기 < 고려대 북한학 교수 bellkey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