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노후의 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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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은 넉넉함의 또 다른 표현
세대 간극 넘어 먼저 손 내밀어야
김경록 <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grkim@miraeasset.com >
세대 간극 넘어 먼저 손 내밀어야
김경록 <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grkim@miraeasset.com >
얼마 전 나이 서른이 다 된 조카와 팔씨름을 했다. 용을 써서 끝내 이겼다. 팔씨름도 승부인지라 흐뭇한 마음이 차 올랐다. 팔씨름 하면 중학교 3학년 때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아버지와의 팔씨름이다. 그 팔씨름에서 이겼고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이 50이 훌쩍 넘어 조카와 팔씨름을 하다 보니 그때 아버지가 일부러 져 줬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아들에게 승리를 양보한 아버지와 조카와의 팔씨름에서 속 좁은 승부 근성을 발휘한 내 모습이 대비됐다.
아버지처럼 져 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냥 지고 나서 ‘나도 왕년에는 쌀가마를 번쩍 들었어’라고 허풍 한번 치고 웃는 게 나이듦의 넉넉함이 아니었을까. 나이가 들면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는 건 자연의 순리다. 대신 자연은 나이 든 존재들에 지혜와 넉넉함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선물했다. 움켜잡은 손을 펴지 않고서는 다른 것을 잡지 못한다.
나이듦은 넉넉함의 다른 표현이다. 노후에는 자신을 낮추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겸양(謙讓)의 덕을 가져보자. 말부터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철에서 젊은이에게 하대를 하면서 나무라는 어르신들을 종종 본다. 퇴계 선생은 아무리 젊은 사람이라도 너라고 부르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친구 한 명은 골프를 치다가 공이 수풀에 빠지더라도 젊은 사람과 칠 때는 절대 마음대로 꺼내지 않는다고 한다. 반대로 자기보다 연장자와 칠 때는 좀 꺼내자고 떼를 쓴단다. 우리는 대부분 그 반대이기 십상이다. 나이듦을 ‘배려하는’ 주체적 개념이 아닌 ‘대접받는’ 객체적 개념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노후생활에서 돈은 중요하다. 하지만 돈만으론 안 된다. 아니 어쩌면 노후에 겸손해지는 습관을 가지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예기(禮記)에서는 겸양을 군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앞세웠다. 노후의 겸양은 세대 간 소통을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다. 한국 사회는 세대 간 간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 우리는 세대 간의 사고방식이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음을 봤다. 언제까지 젊은이들 보고 다가오라고 할 것인가. 먼저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이제부터라도 젊은이보다 골프 거리를 더 내려고 용을 쓰지 말아야겠다.
김경록 <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grkim@miraeasset.com >
아버지처럼 져 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냥 지고 나서 ‘나도 왕년에는 쌀가마를 번쩍 들었어’라고 허풍 한번 치고 웃는 게 나이듦의 넉넉함이 아니었을까. 나이가 들면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는 건 자연의 순리다. 대신 자연은 나이 든 존재들에 지혜와 넉넉함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선물했다. 움켜잡은 손을 펴지 않고서는 다른 것을 잡지 못한다.
나이듦은 넉넉함의 다른 표현이다. 노후에는 자신을 낮추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겸양(謙讓)의 덕을 가져보자. 말부터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철에서 젊은이에게 하대를 하면서 나무라는 어르신들을 종종 본다. 퇴계 선생은 아무리 젊은 사람이라도 너라고 부르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친구 한 명은 골프를 치다가 공이 수풀에 빠지더라도 젊은 사람과 칠 때는 절대 마음대로 꺼내지 않는다고 한다. 반대로 자기보다 연장자와 칠 때는 좀 꺼내자고 떼를 쓴단다. 우리는 대부분 그 반대이기 십상이다. 나이듦을 ‘배려하는’ 주체적 개념이 아닌 ‘대접받는’ 객체적 개념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노후생활에서 돈은 중요하다. 하지만 돈만으론 안 된다. 아니 어쩌면 노후에 겸손해지는 습관을 가지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예기(禮記)에서는 겸양을 군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앞세웠다. 노후의 겸양은 세대 간 소통을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다. 한국 사회는 세대 간 간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 우리는 세대 간의 사고방식이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음을 봤다. 언제까지 젊은이들 보고 다가오라고 할 것인가. 먼저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이제부터라도 젊은이보다 골프 거리를 더 내려고 용을 쓰지 말아야겠다.
김경록 <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grkim@miraeasse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