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허술한 전산시스템 때문에 통신 요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요금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한 채 연체자가 되는 소비자 피해도 나오고 있다.

KT 가입자 A씨는 최근 두달 연속 휴대폰 요금 청구서를 받지 못했다. 수년째 KT 휴대폰과 와이브로를 함께 사용하다 지난 4월 와이브로를 해지하면서부터 잘 오던 이메일 명세서와 지로 청구서 등이 오지 않았다. 정작 금액이 작은 와이브로 위약금 청구서만 배달됐다.

고객센터에 확인해보니 휴대폰 요금 명세서는 두달 전부터 과거 사용하던 이메일로 보내졌고 지로 청구서는 아예 발송되지도 않았다. 이 과정에서 KT는 A씨에 요금 연체가산금까지 부과하고 있었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KT 전산시스템의 난맥상 때문이다. KT는 합병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와이브로는 유선(옛 KT 업무), 휴대폰은 무선(옛 KTF 업무)으로 나눠 전산을 관리하고 있다. A씨처럼 두 서비스를 함께 사용하면 가입자의 이메일과 주소 등의 정보를 상호 연동시켜야 하는데도 최신 고객정보를 와이브로 한쪽 전산에만 관리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서비스를 해지하자 KT는 휴대폰 요금 명세서를 엉뚱하게 수년전 등록한 이메일로 보냈다.

A씨는 4월 와이브로를 해지하면서 휴대폰 요금을 지로로 납부하는 신청까지 했다. 하지만 KT는 지로 청구서를 발송하지도 않았다. KT 본사 고객보호센터 조성일 매니저는 “고객이 지로 납부를 선택한 것과는 별개로 우편으로 고지서를 받겠다고 별도 신청해야 정상적으로 청구서를 받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KT 고객센터의 안내를 따라 지로 납부를 선택한 것인데도 당시에는 언급도 없던 우편 신청을 별도로 해야 한다는 황당한 대답을 내놓았다. 조 매니저는 “전산을 별도로 관리하기 때문에 와이브로를 해지할 때 납부 방식, 우편 신청, 주소 수정 등 사용자가 새롭게 요청하지 않으면 과거 등록된 방식이 적용된다”며 “사용자가 신청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연체 가산금에 대한 KT 과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KT가 자회사 KTF와 합병한 것은 벌써 5년이 넘었다. 그동안 1조원 넘게 투자해 새로운 전산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복잡하게 유·무선으로 나뉜 요금 전산 시스템 조차 통합하지 못하고 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사용자에게 요금을 청구하고 수납하는 것은 통신업체의 기본 업무”라며 “휴대폰과 와이브로가 별도 전산으로 관리되는 것을 소비자가 알아야 하고 이에 맞춰 매번 별도 신청까지 해야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