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사바사바와 고등어
며칠 전 수산과학원이 제주에서 고등어알잡이에 나섰다. 동해에서 씨가 마른 명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고등어 산란장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고등어 어획량은 2008년 18만7000여t에서 2011년 13만8729t, 지난해 10만2000t으로 줄었다. 대신 가격은 오르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종자 관리에 나선 것이다.

고등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민생선’이다. 값이 싸고 영양도 좋다. 양질의 단백질과 오메가3 지방산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노화방지와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이 심혈관 질환 예방뿐만 아니라 수명 연장 효과까지 발휘한다는 하버드대 연구결과도 나왔다.

맛있는 고등어를 고르는 요령은 큰 놈을 택하는 것이다. 지방이 많아 고소하고 간도 잘 밴다. 9~10월에 가장 살이 쪄 ‘가을고등어는 며느리도 안 준다’는 속담까지 생겼다. 불에다 굽는 고갈비, 소금에 절인 간고등어·자반고등어, 무를 넣은 조림 등 요리법도 다양하다. 요즘은 전용수족관 덕분에 회도 즐길 수 있다.

고등어는 떼를 지어 다니므로 낚시로는 잡을 수 없다. 주변을 배로 돌며 그물을 치고 밑 부분을 좁혀 가둬서 잡는다. 통영과 제주에서는 양식도 한다. 적절한 시기에 영양이 풍부한 사료를 먹여서 상품 가치가 높기 때문에 자연산보다 비싸다. 치어를 1년 정도 키우면 300~400g의 씨알 굵은 고등어가 된다.

일본은 2004년 인공으로 수정란을 부화하는 기술까지 개발했다. 일본인의 고등어 사랑은 유별나다. 고등어회는 보통 사람이 평생 먹기 어려웠다. 오죽하면 고등어를 뇌물로 건넨 것에서 ‘사바사바’라는 속어가 나왔을까. 사바는 고등어의 일본말이다. 운송 중에 썩는 걸 방지하기 위해 식초에 담갔던 초절임도 인기다. 고등어를 도쿄까지 싣고 가던 ‘고등어 길’도 잘 보존하고 있다.

고등어가 몸에 좋다고는 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되레 독이 된다. 1주일에 두 마리가 적당한데 과잉섭취 땐 유독성분이 쌓일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서도 수은이 검출됐다. 효소 분해과정에서 생기는 히스타민은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뭐든 지나친 건 좋지 않다.

그저께에는 한·일 어업협상 결렬로 일본 수역에서 조업하던 우리 어선들이 일제히 철수했다고 한다. 곧 협상을 재개한다지만 수급 불균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가뜩이나 올해 부산에서 위판된 고등어 물량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이러다 국민생선 고등어가 ‘금(金)등어’가 될지도 모르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