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택 대전시장(59)은 6·4 지방선거에서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여론조사에서 크게 밀리다 막판 3.3%포인트 차이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권 시장은 민선 6기 시정구호로 ‘시민을 행복하게, 대전을 살맛나게’를 제시했다. 시정구호는 시민 공모 374건 중에서 뽑았다.

지난달 30일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 2층 취임식 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권 시장은 인터뷰 내내 “시민과 소통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방식과 시립병원 건립 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의 일방통행을 단호히 경계하겠다”고 말했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방식에 대한 논란이 있다.

“전임 시장이 고가 방식으로 결정했지만 나는 노면 방식을 공약해 당선됐다. 두 방식 모두 타당성을 인정받았다. 관점에 따라 ‘갈등이 아니냐’고 볼 수 있는데 정책의 차이로 봐야 한다. 시민 의견을 들어 대전 발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생각이다. 다양한 계층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도시철도통합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연말까지 결정하겠다.”

▷신도시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전체 흐름 속에서 시정을 펼쳐야 한다. 신도시를 만들면서 원도심을 살리겠다는 것은 맞지 않다. 진행 중인 신도시 계획은 그대로 가겠지만 신도시 추가 건설은 하지 않겠다. 원도심을 활성화하겠다. 시장 직속 ‘원도심재생본부’를 두고 분산돼 있는 원도심 정책을 하나로 모으겠다. 신도시 개발 대신 산업단지를 조성해 일자리 창출을 꾀하겠다.”

▷일자리 창출, 산업단지 조성 밑그림은.

“강소기업 1500개, 유망 중소기업 50개를 육성해 ‘좋은 일자리 10만개’를 만드는 게 목표다. 그러면 현재 57%에 불과한 대전 고용률은 70% 이상으로 높아진다. 산업단지를 만들어 대덕연구단지와 연계한 자동차부품, 지능형 가전제품 등 첨단산업을 유치하겠다. 또 청년인력공단을 설립해 첨단산업과 연계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기업 유치와 기업 지키기도 적극 추진하려고 한다. 공장 부지를 찾아 대전을 떠나는 기업이 없어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담 직원도 두겠다.”

▷대전시립병원 설립을 약속했다.

“선거기간 이미 다른 후보들도 시립병원 설립에 찬성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시립병원 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시민단체들과 논의한 뒤 확정하겠다. 대전 동구 주민들의 유치 노력에 보답하기 위해 임기 중 기공식을 하겠다. 예산은 국비 60%, 시비 40%로 충당할 계획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뒤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엑스포과학공원은 당초 개발계획과 달리 변질됐다. 국가사업인 만큼 원안대로 추진됐어야 한다. 실제 대전시에 국비 500억원을 주기로 했는데 안 줬다. 과실만 따먹고 비용만 부담시킨 것이다. 초당적으로 의원들이 협력해야 한다.”

▷공약 이행에 6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시비 40%와 민자 유치 및 국비로 채울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도시철도 사업을 제외하면 큰돈 들어가는 것은 시립병원 건립 정도다. 예산을 구조조정하겠다. 우선 낭비성·전시성 예산 30%를 줄이기 위해 전시성 축제를 구조조정할 방침이다. 재정자립도가 50%도 안 된다. 지방분권, 지방재정분권 등을 위해 타 시·도와도 협력하겠다. 단체장은 선심성 사업을 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표가 없는 청소년이나 아동에 대한 정책은 소홀하다. 반성할 대목이다.”

▷시민과의 소통 강화를 강조했다.

“가칭 시민행복위원회를 만들겠다. 많은 시민이 참여해 갈등 소지가 있는 의제를 선정하고 타운홀미팅 방식으로 충분히 토론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을 모아 패널식으로 토론한다면 대안도 나올 수 있다. 또 명예시장도 두겠다. 시민을 대변하는 분들로 구성하기 때문에 현장 지향적 행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권선택 누구인가
행시 수석…靑 비서관 지내


권선택 대전시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 4학년 때 행정고시 20회에 최연소로 수석 합격했다.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국장, 대전시 기획실장과 행정부시장, 청와대 인사비서관 등을 지냈다. 2004년 대전 중구에서 강창희 전 국회의장을 누르고 정계에 입문한 뒤 재선에 성공했다.

△1955년 대전 중구 출생 △대전고·성균관대(경영학과) △대전대 행정학 박사 △행정고시 20회 △대전시 정무·행정부시장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국장 △청와대 인사비서관 △17·18대 국회의원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