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의 역사는 런던 ‘더 시티(The City)’의 역사다. 금융 산업의 근간이 되는 제도가 모두 여기에서 출발했다. 16세기 런던은 영국의 전 세계 무역의 전초 기지로 활용됐다. 선장과 선주들이 자주 찾던 런던의 ‘로이드 커피하우스’는 전 세계 무역 정보가 모이는 장소가 됐다. 커피하우스에선 1688년부터 커피가 아닌 보험을 팔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 보험회사인 ‘로이드 보험조합’이 탄생한 배경이다.

그로부터 6년 뒤 영국 윌리엄 3세는 재정 고갈에 직면하자 영국 중앙은행(BOE)을 만들어 화폐 발권력을 넘겨주고 자금을 융통했다. BOE는 이후 ‘정부의 은행’ 역할을 수행하며 중앙은행 제도의 근간을 만들어 갔다.

18세기 산업혁명은 런던이 세계 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어음 등 유가증권 사용이 급증하면서 런던은 대규모 국제금융 결제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도시가 됐다. 유가증권 거래를 표준화하기 위해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1802년 런던에 문을 열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명성이 퇴색하면서 금융패권도 약화됐고, 1976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도 했지만 런던은 이때마다 각종 금융개혁을 통해 위기를 넘겼다. 1986년 은행과 증권회사 간 장벽을 철폐하고, 주식매매 위탁수수료를 자유화하는 등 과감한 시도가 대표적 사례.

지금도 전 세계 금융허브 중 가장 많은 251개 은행이 런던에 들어와 있으며, 회계 법률 자문 컨설팅 등 전문서비스 회사까지 합치면 1400여개 글로벌 업체가 둥지를 틀고 있다. 전 세계 채권시장의 70%, 파생상품 시장의 49%, 국가 간 은행대출의 20%(이상 2013년 기준)가 영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