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 세무, 컨설팅 등 감사와 무관한 ‘일감’을 준 상장사들이 지난해 478개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법인들이 이 같은 용역사업을 따내기 위해 회계감사를 할 때 기업 편의를 봐 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726개 상장기업 중 27.7%에 해당하는 478개사가 외부감사인에 세무, 경영전략 컨설팅, 재무자문 등 비감사 용역을 맡겼다고 26일 발표했다. 이는 2012년보다 3.1%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감사보수로 862억원을 지출했고, 비감사 용역보수로 417억원을 썼다. 감사보수 대비 비감사 용역보수 비율은 48% 수준이며, 최근 3년 평균은 약 55%다. 41개사는 비감사 용역보수로 쓴 돈이 감사보수보다 많았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의 비감사 용역보수 비중이 8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 감사를 맡고 있는 삼일회계법인은 감사보수(38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돈을 비감사 용역보수로 받았다. 삼성물산(24억원·삼일) 현대자동차(15억원·안진) KT(14억원·삼일) 등이 뒤를 이었다.

현행 법은 외부 감사인에 대해 회계기록, 자산 매도 실사 등 감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업무를 제외한 재무자문, 세무, 경영전략 컨설팅, 자산 매수 실사 등은 허용하고 있다. 박권추 금감원 회계총괄팀장은 그러나 “회계법인 내 세무팀 등 다른 조직이 감사 대상 기업의 일감을 따내기 위해 감사조직에 ‘기업 편의를 봐주라’는 식의 부탁 또는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회계법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감사법인의 비감사 용역보수 비중이 클 경우 감사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