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40년간 지속돼 온 원유 수출 금지를 해제하는 첫 조치로 비정제 원유의 수출을 허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텍사스주에 있는 2개의 에너지 회사에 초경질 원유인 콘덴세이트 수출을 허가했다. 콘덴세이트는 천연가스 추출 과정에서 함께 섞여 나오는 액체 상태 원유로 비행기 연료나 휘발유, 경유 등을 만드는 원료가 된다.

미국은 1973년 10월 발발한 중동전쟁으로 1차 석유파동이 벌어지자 1975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유 수출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최근 퇴적암층에서 추출되는 셰일가스 개발이 미국 전역에서 본격화하자 초경질 원유 생산도 늘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에너지 회사들은 원유를 국내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해외에 팔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미 정부에 요청했다. 2012년 600만배럴 수준이던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지난해 700만배럴을 넘어섰으며 최근 820만배럴로 급증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 생산량은 957만배럴이다.

이번에 수출 허가를 받은 두 회사는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원유 수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두 회사의 구체적인 수출량은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에선 일단 소규모로 시작해 궁극적으로는 전체 셰일가스 회사의 하루 생산량(300만배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내년부터 미국의 하루 초경질 원유 수출량이 최대 7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WSJ는 이번 사례를 통해 다른 에너지 회사들도 원유 수출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 상무부는 원유 수출을 더 쉽게 하는 방향으로 산업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미국 기업은 휘발유와 경유 등 정제된 연료를 수출할 수 있지만 원유 자체는 수출할 수 없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