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4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19대 후반기 상임위원장과 위원을 확정했다. 전반기 일정이 지난달 29일 종료됐지만 여야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26일 만에 가까스로 원 구성을 마쳤다.

앞서 일부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는 ‘교통정리’가 되지 않아 이례적으로 의원들 간 경선까지 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예산·정책 좌지우지…동료 의원들도 로비하는 '슈퍼甲' 상임위원장
○월 수당 700만~800만원

국회법에 규정된 상임위원장의 역할은 두 가지뿐이다. 제49조에 ‘① 위원장은 위원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한다. ② 위원장은 위원회의 의사일정과 개회 일시를 간사와 협의해 정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실제 권한은 이보다 막강하다. 상임위원장은 정부 사업의 추진 속도를 높일 수도, 반대로 아예 무산시킬 수도 있다. 상임위원장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법 개정을 위한 회의조차 열 수 없다. 각 부처 장관이 상임위원장을 찾아와 머리를 조아리는 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정부가 예산을 짤 때부터 상임위원장 지역구 사업에 대해서는 ‘특별 배려’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상임위원장에게는 국회에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해주고 전문위원 등 국회 공무원을 배정해준다. 월 700만~800만원의 수당도 지급한다.

○위원장 자리 두고 투표까지

상임위원장 자리는 교섭단체(20석 이상의 의석을 가진 정당)끼리 나눠 갖는 게 관례다. 현재 18개 상임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 포함) 중 새누리당 몫이 10개, 새정치민주연합 몫이 8개다. 상임위원장은 보통 3선 의원이 맡는다. 원내지도부가 상임위원장 자리를 적절히 배분한 뒤 의원총회를 열어 추대하는 게 보통이지만 19대 후반기에는 의원들의 투표로 상임위원장이 결정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 자리를 두고 홍문종 의원과 진영 의원이, 정무위원장 자리를 놓고 정우택 의원과 김재경 의원이 경선을 벌였다. 투표 끝에 홍 의원과 정 의원이 각각 미방위원장과 정무위원장이 됐다. 대신 진 의원은 안전행정위원장으로, 김 의원은 윤리특별위원장으로 갔다. 새정치연합도 경선까지 가지는 않았으나 법제사법위원장, 산업통상자원위원장,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자리를 두고 치열한 물밑 다툼이 있었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은 사안에는 상임위원장이 당 지도부의 의사를 따르면서 소신 있는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19대 전반기 정무위원장이었던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은 “인내심과 중립성이 중요하다”며 “의견 대립을 조율하기 위해서는 상대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법사·예결위원장 권한 막강

가장 인기 있는 상임위원장 자리는 야당 몫인 법사위원장과 여당 몫인 예결위원장이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을 수정하거나 상임위로 되돌려보낼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사위원장은 ‘상왕’이라 불리기도 한다. 각 상임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법안도 법사위원장이 틀어쥐고 있으면 본회의 상정이 불가능해 “권한이 비정상적으로 막강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예결위원장은 우리나라 1년 예산을 최종 결정하는 자리다. 예산 배정을 많이 받고 싶어하는 각 부처 장관뿐 아니라 지역구 예산에 신경 쓰는 의원들까지 예결위원장에게 로비를 벌인다.

이태훈/고재연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