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지방 변화없이 근육 감소
탄수화물 공급 안되면 글리코겐 고갈로 탈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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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평생 동안 매일 섭취해야 하는 연료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다. 탄수화물은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연료이고, 지방은 열량이 높아 보관하기 좋은 연료이며, 단백질은 주로 근육과 신체조직을 구성하고 있다가 위급할 때 사용된다.
탄수화물은 식물들이 광합성으로 만들어 내기에 지구상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에너지원이다. 사람이 일생 동안 섭취하는 연료의 약 65%가 탄수화물이다. 탄수화물은 소화가 빠르다. 포도당과 글리코겐 등으로 바뀌어 혈액과 간 그리고 근육 속에 저장된다. 탄수화물의 양은 우리 몸에 저장된 전체 연료(에너지원) 가운데 2%를 초과할 수 없다. 혈액 속에 저장된 포도당은 혈당이라고 하는데, 혈당치는 적정량을 유지해야 한다.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서도 저장량이 2%에 불과한 것은 포도당은 혈액 속, 글리코겐은 간과 근육에만 저장되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더 이상의 탄수화물 저장 공간은 없다. 남는 탄수화물은 열량이 높고 저장성이 좋은 지방으로 바뀌어 몸 구석구석에 보관된다.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바꿔주는 역할은 간이 담당한다.
지방은 소화도 늦고, 즉시 연료로 사용하기 곤란하지만, 저장하기 좋아 우리 몸에 저장된 전체 에너지원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저장량의 한계는 없다. 살이 찌면 수백㎏까지 모두 지방이 늘어나는 것이다. 지방은 에너지로 변할 때 반드시 산소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 체온이 올라가야 굳어져 있던 지방이 부드러워져 분해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석유는 불이 바로 붙지만 동물 지방덩어리나 식용유는 바로 불이 붙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나무 땔감과도 비슷하다. 탄수화물은 쉽게 잘 타는 대신 오래 갈 수 없는 잔솔가지이며, 지방은 불이 잘 붙지 않지만 한 번 붙으면 오래 가고 열량이 높은 통나무 장작이다. 불을 붙이기 위해서는 잔솔가지로 밑불을 붙인다. 그 다음 장작에 불을 붙이는데, 장작에 불이 완전히 붙기 전에 잔솔가지가 부족해지면 장작은 꺼진다.
지방이란 연료는 탄수화물이 있어야 연소되기 시작하고, 연소되는 중에도 탄수화물이 조금씩 계속해서 불쏘시개로 사용된다. 탄수화물이 떨어지면 지방 에너지 대사 시스템은 멈춰 버린다.
등산과 같은 저중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할 때의 에너지 대사 시스템을 정리해 보자. 운동초기에는 탄수화물, 즉 혈당과 근육 속의 글리코겐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이것은 저장된 전체 에너지원 중 1.5~2%라 곧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사이에 운동으로 체온이 올라가고 지방이 부드러워지면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유산소 운동시간이 2~3시간 이상 지속되면 지방이 본격적으로 잘 타들어가 전체 연료의 90% 정도를 지방으로 사용한다. 다이어트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방을 계속 잘 태우기 위해서는 탄수화물이라는 불쏘시개가 조금씩 계속 공급되어야 한다. 만약 운동 중간중간에 탄수화물을 공급하지 않으면 포도당이나 글리코겐이 고갈되는데 이것을 우리는 탈진이라고 한다. 탈진되면 지방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연료로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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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민 < 코오롱등산학교 부장 겸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