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삼성생명 자회사로 편입된 삼성자산운용이 외형 확장에 나서면서 운용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펀드 매니저들이 브랜드가 앞서는 삼성운용으로 이탈할 수 있어서다. 특정 펀드를 전담해온 매니저가 떠나면 해당 펀드의 수익률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얘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운용은 지난 3월 이승준 전 KTB운용 주식운용 본부장을 영입한 데 이어 지난달엔 서범진 전 하이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을 데려왔다.

삼성운용이 펀드 매니저 영입에 적극 나서는 것은 외형 확대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이달 초 삼성운용을 100%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추가 자금위탁을 검토 중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총자산 200조원 규모의 삼성생명은 지금도 삼성운용에 70조원가량 일임자산을 맡기고 있다”며 “삼성운용이 추가 자금이 들어올 것에 대비해 운용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이와 별도로 해외 자산운용사와 손을 잡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보험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에서만 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산운용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P운용사 임원은 “삼성운용 측이 여러 매니저와 접촉해 단체로 이직할 의사까지 타진했다고 한다”며 “스타급 펀드 매니저가 이직하면 고객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H운용사 대표는 “자체 교육을 통해 매니저 역량을 키우려는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