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가장 존경"…퇴근길 20분간 해명한 文 후보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사진)가 19일 자신의 친일 역사관 논란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며 후보직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퇴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우리 현대 인물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안중근 의사와 안창호 선생”이라며 “나는 나라를 사랑하셨던 분, 그분을 가슴이 시려오도록 닮고 싶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또 “이런 분들을 정말로 존경하는데 왜 (나한테) 친일이다, 반민족적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지 정말로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문 후보자는 이어 안중근 의사가 재판을 받은 중국의 뤼순 감옥과 재판정을 다녀온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소감을 바탕으로 쓴 옛 칼럼의 일부를 직접 읽어내렸다.

그는 기자들에게 “사실이면 사실대로 보도해 달라. 여기서 이런 얘기, 저기서 저런 얘기 소문대로 보도하면 얼마나 내 명예가 훼손되는가”라며 “그것을 모르는가. 언론인의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확인”이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자는 건물 로비에 선 채 20여분간 해명과 호소를 이어갔다. 문 후보자가 출퇴근 길에 장시간 언론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후보자의 이 같은 돌출 행동은 친일 사관 논란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을 반전시켜 정치권의 사퇴 압력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후보자는 “제가 개인적으로 그동안 공부를 하면서 ‘이게 혹시 국민에게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문제가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그 점에 대해 정말로 송구스럽고, 또 ‘국민 여러분과 언론인 여러분께 이해를 구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은 이날도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 후보자 임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만약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끝까지 문 후보의 청문회를 고집한다면 우리 당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인사청문회에 임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에서도 문 후보자의 ‘사퇴 불가피론’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김 실장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이태훈/이호기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