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3차 가스대란’ 위기에 처했다. 러시아가 가스대금 체납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다. 유럽은 전체 가스 수요의 약 30%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이 중 절반가량을 우크라이나를 통해 공급받는다.

러시아는 16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중재한 러시아-우크라이나-EU 3자 협상이 최종 결렬된 직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선불제로 전환하고 곧바로 가스관 공급을 끊었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즈프롬은 이날 성명에서 “오전 10시부터 돈을 낸 만큼 가스를 공급하는 선불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가즈프롬은 앞서 우크라이나 나프토가스가 체납대금 총 44억5000만달러 중 19억5000만달러를 우선 갚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3자 대표단은 이날 새벽까지 아홉 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 것은 2006, 2009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1·2차 대란 때 유럽인들은 가스 공급이 제대로 안 돼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따듯한 겨울을 보내 가스 재고가 충분한 데다 지금이 여름철이어서 당장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천연가스 가격은 이날 한때 9%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2% 상승에 그쳤다. 올 들어 가스 가격은 40%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유럽의 현재 가스재고량은 520억㎥다. 우크라이나도 135억㎥의 가스를 비축하고 있다. 오는 12월까지 버틸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겨울을 나려면 180억~200억㎥를 더 확보해야 한다. 귄터 외팅어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아직은 괜찮지만 재고량이 채워지지 않으면 겨울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가스분쟁을 계속 중재할 계획이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