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의 행방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유씨의 횡령·배임을 도운 측근 8명이 먼저 법의 심판대에 섰다. 이들은 일부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유씨 측에는 책임을 돌리지 않아 향후 공판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재욱)는 16일 오전 10시 인천지법 413호 대법정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국빈 다판다 대표(62)를 비롯 박승일 아이원아이홀딩스 감사(55), 이재영 (주)아해 대표(62), 이강세 (주)아해 전 대표(73), 변기춘 천해지 대표(42), 고창환 세모 대표(67), 김동환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48), 오경석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대표(53) 등 8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세모그룹 계열사의 전·현직 임원으로 허위 고문료나 컨설팅비, 상표권 사용료, 사진 작품 매입 대금 등 다양한 명목으로 유씨 일가에 자금을 몰아준 혐의(횡령·배임·조세 포탈 등)를 받고 있다.

재판정에 선 이진호 검사는 이날 공소사실 설명에 앞서 유씨 일가의 기형적인 계열사 경영 방식을 지적했다. 이 검사는 “유씨는 한국평신도복음선교회를 세운 뒤 자신의 장인이 이끌던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조직을 합병해 수십년간 신도들에 대한 강력한 권위를 보유하게 됐다”며 “비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로 이사회 감사가 실질적 감사를 하지 못했고 유씨는 교회 헌금으로 계열사를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유씨 일가는 이를 토대로 호화 생활을 누렸으며 일가 4명이 신고한 개인소득 합계는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576억원에 달한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들은 공소 사실을 대체적으로 인정했으나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으며 미국에 체류 중인 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76)가 범죄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변기춘 대표 측 변호인은 “김씨의 지시에 따라 범행했다”고 말했다. 김동환 이사 측 변호인도 “김씨의 지시를 어길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던 점을 참작해 달라”고 했다. 다음 재판은 30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유씨를 추적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 검사)은 이날 유씨 일가 실소유 재산 213억원 상당에 대해 2차 추징보전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대상은 경기 안성 금수원 인근 아파트 224가구(200억원 상당), 서울 삼성동 토지, 그림 20점, 시계 122개 등이다. 법원이 청구를 받아들이면 피의자의 형이 확정되기 전에는 이들 재산은 양도 매매 등 처분 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특별수사팀은 또 유씨의 친형 병일씨(75)와 핵심 측근인 구원파 신도 신엄마(신명희·64)를 구속 수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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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지 지난 6월 5일 이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보도와 관련하여 유 전 회장이 정치적 망명이나 밀항을 시도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는 ‘엄마’는 결혼한 여성을 편하게 부르는 호칭이며, 신도들이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조직적으로 비호한 사실이 없고, 해당 교단에는 신도들의‘집단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혀왔습니다.

한편 유 전 회장 유족 측은 신 모 씨가 유 전 회장의 개인비서로 재직하거나 한국제약 김혜경 대표가 유 전 회장의 재산을 관리해 온 사실이 없고, 유 전 회장이 정관계의 비호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