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 위원회를 만들어 꼼꼼하게 퇴직연금을 관리해온 회사가 운용사업자에게만 맡겨둔 회사보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많게는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퇴직연금 운용 규모가 85조원대로 불어나면서 각 기업의 퇴직연금 관리와 운영이 체계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머서의 황규만 부사장은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오크우드호텔에서 열린 2014년 퇴직연금 세미나에서 “국내 회사나 직원들은 은행,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에 운용을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퇴직연금 관리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부사장에 따르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관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응답자가 ‘관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절반가량은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직원 대상 설문에서도 비슷한 응답이 나왔다. 가입자 10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정도인 48.1%가 자신이 가입한 퇴직연금제도가 확정기여형(DC)인지 확정급여형(DB)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이 세미나에선 유통 기업이면서 비슷한 규모의 퇴직연금을 굴리고 있는 코스트코코리아와 A사의 사례가 비교됐다. 코스트코코리아는 2010년부터 인사 담당, 재무 담당, 직원 대표 등이 모여 퇴직연금위원회를 만들어 매년 성과를 체크해오고 있다. A사는 올 들어 위원회를 만들었다.
2012년부터 작년 초까지 코스트코코리아 퇴직연금은 시장 평균수익률(연 3.6%)을 웃도는 연 4.9%의 수익을 냈다. 반면 A사는 연 0.9%의 수익률에 머물렀다. 운용사업자 때문만도 아니다. 코스트코코리아 운용을 맡은 사업자는 평균 4.1%의 성과를 냈으나 코스트코 퇴직연금에서는 성과가 더 좋았다. A사를 맡은 사업자도 평균 2.5%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유독 A사 연금 수익률이 저조했다. 황 부사장은 “상품 수용, 매니저 선택 등에 대해 회사가 꾸준히 직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모니터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사업자가 ‘우리가 1위’라고 얘기하는 데만 현혹되지 말고 24개 주요 사업자의 수익률 정보를 원리금 보장형, 실적배당형으로 나눠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 부사장은 “지난해의 경우 A사는 포트폴리오가 특정 상품에 편중되고 수익률이 떨어지는데도 직원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반면, 코스트코는 전원집합 교육, 분기별 상담부스 운영, 1 대 1 대면교육 등을 통해 능동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 상품 비중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권순하 김앤장 변호사는 “미국은 직원들이 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법적 분쟁 방지 등을 위해 사업자에 대한 객관적 평가 등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