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가 역사 인식 및 국가관 논란에 휩싸인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문제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일단 인사청문회를 열어 문 후보자 본인의 소명을 들어봐야 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고 내부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주장하는 당내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총리 임명동의안을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가 장기화할 경우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7·30 재·보궐선거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임명안 표결 처리, 낙관 어려워

정부는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를 17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 사무처에서 임명동의안을 접수하면 여야는 13명의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 인사청문특위는 임명동의안 등이 회부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청문 기간은 3일 이내로 하고 청문회를 마친 날부터 역시 3일 이내에 심사경과보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식민사관을 가진 인사를 절대 총리로 임명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인사청문특위 구성은 물론 보고서 채택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인사청문특위가 정당한 사유 없이 기간 내에 임명동의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국회의장이 이를 곧바로 본회의에 넘길 수 있지만, 최근 취임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미 “내 재임 기간 중 직권상정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박은 바 있어 어려울 전망이다.

임명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표결 처리를 통한 임명동의안 통과는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총리 임명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인준된다. 현재 국회 재적 의원 수는 이번 7·30 재·보선 지역구 14석이 빠진 286석이다. 이 중 새누리당 의석 수는 16일 기준 149석으로 절반(144석)을 넘는다.

○‘표 단속’ 나선 지도부

하지만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는 무기명 비밀투표이기 때문에 새누리당 내 ‘이탈표’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이탈표가 6표만 나와도 임명동의안 표결 처리가 실패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가장 걱정하는 시나리오다. 이미 당내 초·재선과 비박근혜계 의원 중심으로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김상민·이종훈 등 당내 초선 의원 6명이 문 후보자 사퇴 촉구 성명을 냈고, 당권 경쟁에 뛰어든 이인제 의원과 이재오·김성태 의원 등 비박계 의원들은 ‘문 후보자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비상대책위원장) 등 지도부는 당내 반발 기류를 가라앉히기 위해 초·재선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확대하며 표결 처리에 대비해 집안 단속에 힘쓰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당내 초선 의원 모임인 초정회 소속 의원 13명과 점심 식사를 하며 의견을 나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미니 총선급인 7·30 재·보선을 앞두고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문 후보자까지 인사청문회 문턱 앞에서 쓰러지면 청와대와 집권 여당에 대한 민심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며 “인사청문회에서 문 후보자가 여론을 뒤집을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