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대피소 반달곰 '습격사건'
지리산 국립공원 대피소에 반달가슴곰이 나타나 탐방객들의 침낭을 물어뜯고 달아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8일 오후 10시25분께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지리산 벽소령대피소 앞에서 탐방객 이모씨 등 2명에게 접근해 침낭을 물어뜯다가 즉시 출동한 대피소 직원들이 최루가스와 공포탄을 쏘자 달아났다고 15일 밝혔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대피소에 나타난 반달곰은 2010년 방사한 CF-38번으로 올봄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 이 곰은 먹이를 구하려고 수차례 벽소령대피소에 나타난 적이 있어 공단은 대피소 주변 음식찌꺼기 통과 쓰레기장 주변에 전기펜스를 쳐놓기도 했다.

공단 측은 “전기펜스 때문에 먹이 찾기가 어려워지자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배낭과 침낭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고 접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단은 이 곰이 자연 적응에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포획해 번식용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새끼들도 어미와 함께 데려와 자연적응훈련장에서 먹이 활동과 대인기피 훈련을 시켜 방사할 계획이다. 공단은 또 다른 곰들이 대피소 주변에서 먹이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음식쓰레기를 진공 포장해 탐방객이 다시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