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각 인선 발표 >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 등 내각 인선을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내각 인선 발표 >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 등 내각 인선을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13일 발표된 개각은 전날 저녁까지도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했다. 교체 대상이던 장관이 끝내 후임자를 찾지 못해 막판에 유임으로 결정됐고, 애당초 내락을 받은 장관이 다른 사람으로 뒤바뀌는 등 혼선을 거듭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수차례 개각을 지켜봤지만 이처럼 난산을 겪은 경우는 드문 일”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각을 처음 언급한 지난달 중순 이후 청와대 인사검증라인은 한 달간에 걸쳐 후보자들 대상으로 검증을 벌였다. 당초에는 대부분의 부처를 교체 대상으로 가정하고 후임자 물색에 나섰던 만큼 검증 대상 인원만도 최소 50명을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들어서는 교체 대상 부처 숫자가 중폭 수준으로 정리됐고, 후보자도 3~4배수로 좁혀졌다.

경제 관련 부처에서 교체 대상에 오른 곳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 5곳이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산업부는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일찌감치 확정된 이후 유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반면 미래부 국토부 고용부는 발표 전날까지도 후임자 인선을 매듭짓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까닭에 청와대 내부에서는 전날 밤 12시 가까운 시각에도 교체 대상자 수가 ‘최소 6명, 최대 8명으로 미정’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막판까지 2명의 장관은 교체 여부가 확정되지 못한 것이다. 여당 관계자는 “전날 밤 늦게까지 난항을 거듭한 끝에 미래부와 고용부는 후임자가 결정돼 교체가 확정된 반면 국토부는 끝내 대타를 찾지 못해 유임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당초 주요 업적인 ‘행복주택’,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등이 효과를 보지 못한 데다 특히 작년 말 철도노조 파업 대응이 부실했다는 이유로 교체 대상에 올랐으나 막판에 유임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교체 대상으로 거론됐으나 하반기 ‘쌀 관세화’ 이슈를 매듭지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어 유임 쪽으로 결론이 났다.

경제팀 가운데선 금융 쪽이 모두 자리를 지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개인정보 유출 파문 등으로 홍역을 치렀으나 금융시장 선진화에 대한 신 위원장의 의지가 높이 인정받아 처음부터 교체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 수석 가운데서는 조원동 전 경제수석의 거취 문제가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산업부 장관으로 유력했던 조 전 수석은 이후 ‘경제수석 유임→공정거래위원장으로 이동’ 등으로 틀어지다 결국 퇴임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경제부처 입각이 자연스러웠으나 이번에는 ‘타이밍’ 문제로 잠시 쉬는 것일 뿐 조만간 다시 중용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8개월 만에 정무수석 자리를 내놓은 박준우 전 수석은 국가정보원장으로 내정된 이병기 주일대사 후임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영광(狂)으로 소문난 박 전 수석과 조 전 수석은 근무 마지막날인 13일 새벽에도 청와대 연무관 수영장에서 만나 작별 악수를 나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