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239차례 헌혈 '봉담골 최 총각'…"독서는 간접경험, 헌혈은 간접救命"
“처음엔 별생각 없이 시작한 헌혈이었죠. 이젠 습관이 돼 한 달이라도 거르면 병이 날 정도입니다. 하하.”

협성대 중앙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는 최봉길 씨(49·사진)는 16년간 239차례나 헌혈을 해온 자타공인 ‘헌혈맨’이다.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세계 헌혈자의 날 기념식에서 혈액사업 유공자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대표 수상했다. 최씨는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독서가 간접경험이라면 헌혈은 간접구명(救命)”이라며 “내 건강한 몸으로 누군가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게 헌혈의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가 집 근처 수원역 헌혈의 집을 찾는 것은 보름에 한 번꼴. 워낙 자주 찾다 보니 이젠 헌혈의 집 문턱에 들어서기만 해도 간호사들이 미리 알고 맞이해줄 정도다. 최씨는 “협성대가 경기 화성시 봉담읍에 있다 보니 헌혈의 집 간호사분들이 나를 ‘봉담골 최 총각’이라고 부르며 반겨준다”며 “건강관리도 열심히 해 239번의 헌혈을 하는 동안 한 번도 퇴짜를 맞은 적이 없다”고 웃었다. 건강한 몸으로 헌혈을 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등산을 시작했다는 그는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9개 정맥을 완주하기도 했다.

최씨가 처음부터 헌혈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다. 16년 전 참석한 예비군 훈련에서 헌혈을 하면 일찍 집에 보내준다는 말에 다소 불순한(?) 의도에서 처음으로 헌혈을 했다. 이후 30회, 50회 헌혈을 하며 헌혈의 기쁨을 깨닫기 시작했다. “누군가 급히 필요할 때 제 작은 노력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보람이 가장 컸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200회를 훌쩍 넘겼더군요.”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는 아낌없이 자신이 받은 헌혈증을 나눈다. 한 협성대 학생이 급하게 헌혈증을 찾았을 때, 친척이 수술을 앞두고 헌혈증을 필요로 했을 때도 그동안 모아뒀던 최씨의 헌혈증이 빛을 발했다. 30여분을 투자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느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근엔 직장동료와 친구들에게 헌혈의 기쁨을 알리는 ‘헌혈 전도사’로 나섰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헌혈 후 받은 기념품이나 영화관람권 등을 활용한다. “영화관람권을 주면서 ‘헌혈하면 참 좋다’고 친구들에게 넌지시 알려줍니다. 제가 헌혈로 느낀 보람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주고 싶어서요.”

그의 목표는 내년까지 헌혈 300회를 채우는 것. 최씨는 “건강관리도 더 열심히 하고 힘닿는 데까지 헌혈을 해 아픈 사람들을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