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다시 내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북부 지역을 장악하고 수도 바그다드 턱밑까지 세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알카에다에서 퇴출당한 무장단체 ISIL이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점령한 지 하루 만에 살라헤딘주의 티크리트까지 장악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앙정부 관할 지역의 30%를 ISIL이 장악했다. 모술에서는 주민 50만명이 피란길에 나섰다.

사담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는 북부 모술과 수도 바그다드의 중간 지점에 있다. ISIL은 이라크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티크리트 인근 바이지에도 접근, 일부를 장악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무장세력에 저항하는 일반 시민에게 무기와 장비 지원을 약속하며 민병대 구성을 촉구하고,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이라크 정부가 반군 세력에 대항할 수 있도록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다만 “현재로선 이라크에 미군을 파견할 계획이 없다”며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반군이 바그다드로 접근함에 따라 무인기(드론) 폭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