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인구 1억명
1억명 이상의 인구를 보유한 국가는 모두 12개국이다. 중국과 인도 미국 외에 인도네시아 브라질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러시아 일본 멕시코 필리핀 등이다. 베트남은 1억명 만들기에 안간힘이다. 독일은 2차대전 이전 1억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8000만명 남짓이다. 1억명을 가장 먼저 돌파한 국가는 물론 중국이다. 1100년 송(宋)나라 때 이미 1억명을 넘어섰다. 당시 유럽 전체 인구가 1억명이었다. 그 시절 고려는 500만명이 채 되지 않았다. 송은 고려의 20배 정도였다. 지금 중국의 인구는 13억5000만명. 지금도 남북을 합친 한국인의 20배에 육박한다.

인구 1억 이상 12개국 중 유달리 인구수를 뽐내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반 중산층을 뜻하는 일억총중류(一億總中流)나 일억일심 등의 말은 이미 고정화된 단어다. 물론 긴 경기침체로 일억총중류는 옛말이 됐다. 일억백치(바보)라는 단어도 있다. TV드라마가 일본인들을 백치로 만든다는 어떤 평론가의 가시돋친 말이 유행을 탄 것이다.

물론 1억명이라는 인구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더 이상 반가울 수 없는 수치다. 1억명의 내수인구는 어떤 사업가에게도 기대할 만한 시장 규모다. 단행본이 히트를 치면 시인이나 작가들의 생활고도 쉽게 해결된다. 신문산업도 꽤 돈벌이가 될 것이다. 국력도 상대적으로 커진다. 그런데 정작 인구과잉론이 세상을 뒤덮은 적도 있다. 한국도 그랬고 일본도 그랬다. 자원은 희소한데 인구가 늘어나면 사회는 가난해지고 불평등은 더욱 확대된다는 논리였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가 회자됐었다. 맬서스의 후예들이 퍼뜨린 우울한 화두였다. 인구폭탄이라는 단어를 쓴 폴 얼릭도 그런 인구 우울증을 퍼뜨렸다. 레스터 브라운 등 환경론자들은 대부분 인구재앙론의 편에 섰다. 환경론자들에겐 지금도 인간은 문제덩어리일 뿐이다.

지금은 어느 나라든 출산율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판국이다. 인구 대비 자원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미국마저 인구를 늘리려고 애쓰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엊그제 경제재정운용지침에 ‘50년 후 인구 1억명 사수’를 명기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일본 인구문제연구소가 일본의 총인구가 2060년 8674만명으로 1억명에 크게 못 미친다는 발표를 한 뒤다. 당장 고령자에 집중했던 복지 예산을 육아 예산으로 돌리고 출산자들의 보조금도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이민자도 적극 받아들인다는 소식이다. 우리는 일단 통일이 먼저다. 1억명 고지도 바라볼 수 있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