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부재' 한달 … 긴박했던 삼성그룹의 '정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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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심근경색' 입원 한달째 뒤돌아보니
5월 10일 이 회장 쓰러진 뒤 삼성 한달간 '지옥과 천당' 오가
삼성그룹도 한달간 '정중동' 속 '3세 경영' 승계 본격화
5월 10일 이 회장 쓰러진 뒤 삼성 한달간 '지옥과 천당' 오가
삼성그룹도 한달간 '정중동' 속 '3세 경영' 승계 본격화
지난달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 회장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인지기능 회복 치료를 받고 있다. 상태 호전으로 지난달 19일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VIP)로 옮긴 지 20일이 지났다.
이 회장 상태에 대해 삼성그룹 및 치료진이 공식 발표를 낸 건 보름 전인 지난달 25일이 마지막이다. 당시 상섬그룹 미래전략실은 "이 회장이 혼수 상태에서 회복됐고, 각종 자극에 대한 반응이 나날이 호전되고 있다" 며 "심장 및 폐 등 여러 장기의 기능이 완벽하게 정상을 유지하고 있고, 향후 인지 기능의 회복도 희망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입원 한달을 넘기면서 이번 주 수요일 삼성사장단회의를 전후해 이 회장의 현재 상태에 대한 추가 발표가 나올지 주목된다.
◆ '지옥과 천당' 오간 삼성의 지난 한달
고(故)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의 후계자로 '삼성의 세계화'를 일군 이 회장이 한가로웠던 주말 밤, 사경을 해맸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쓰러진 건 지난달 10일 밤 10시20분께. 밤 9시 쯤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친 뒤였다.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져 자가 호흡을 거의 못할만큼 상황이 위급했다. 자택 비서진은 인근 순천향대학병원에 응급 대기 전화를 넣은 뒤 승용차에 이 회장을 태우고 약 2km 비탈길을 3분 만에 내달렸다.
응급실 치료진은 박동을 거의 멈춘 심장을 깨우기 위해 긴급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해 심장을 되살렸다. 같은 시간 삼성 계열 병원인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 상태라는 통보를 받았다. 삼성서울병원으로 이 회장을 이송함과 동시에 급성 심근경색 시술 준비에 들어갔다.
순천향대병원에서 추가 응급치료를 마친 이 회장은 새벽 1시10분 응급차에 다시 실려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했다. 심근경색 치료를 위한 스텐트(stent) 삽입이 바로 시작됐다. 수술은 3시를 넘긴 깊은 일요일 새벽 모두 끝났다.
시술 직후 이 회장은 에크모(ECMO·체외막산소화 장치) 호흡 보조를 받으며 저체온 치료에 들어갔다. 11일 첫 24시간은 체온을 32도 근처까지 낮추는 저체온 치료, 이후 24시간은 체온을 다시 정상 범위로 올리는 치료였다.
저체온 치료는 체온을 낮춰 세포대사를 제한해 뇌 손상을 최소화하는 치료법이다.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던 인체에 혈액을 다시 흘려보낼 경우 활성화 산소가 발생한다. 이 활성화 산소가 뇌세포 등을 파괴하기 때문에 체온을 낮춰 인체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다.
12일 아침 8시30분 이 회장의 심장기능이 회복됐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다. 자가호흡이 돌아와 에크모도 제거했다는 소식도 함께였다. 이어 저온 치료가 끝난 13일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저체온 치료 결과 (이 회장의) 심장 기능과 뇌파가 대단히 안정적"이라고 전했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마비됐던 심장 기능이 정상적인 자가 호흡을 할만큼 회복됐다는 의미였다. 이 회장 일가와 삼성 관계자들도 한숨을 돌렸던 순간이었다. 기대했던 의식 회복까지는 아니었지만 위독한 상황은 넘겼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도 같은 달 14일 "이 회장의 병세가 안정적 회복 추세에 있다"며 그룹 내외에 팽배했던 불안감을 다잡았다.
이 회장은 이후 10일 간 수면 상태에서 진정 치료를 받았다. 수면 치료가 완전한 의식 회복에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회장이 안정기에 들어간만큼 의식을 회복할 때까지 서두르지 않겠다는 판단이었다.
연이은 삼성의 공식 발표에도 이 회장 관련 위독설이 항간을 떠돌았다. 같은달 16일 삼성서울병원의 윤순봉 사장(지원총괄)은 "그런 일은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괴소문이 나돌기도했다.
19일 저녁 이 회장은 삼성서울병원 3층 심장외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의 20층 VIP실로 옮겨졌다. 중환자실은 상태가 위중하거나 수술을 받은 회복기 환자가 치료를 받는 공간. 중환자 치료가 필요없을만큼 이 회장 상태가 완만하게 회복됐다는 뜻이었다.
이어 25일 이 회장은 외부 자극에 첫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실에 켜놓은 TV에서 삼성라이온즈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쳤다는 소리에 이 회장이 눈을 크게 끄는 등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외부 자극에 대한 인지 반응이 보다 명확해졌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 삼성 '정중동'…'3세 경영' 승계 본격화
삼성은 예정된 업무를 소화하며 조용하고 차분한 한 달을 보냈다.
지난달 30일 24회째를 맞았던 호암상 시상식은 이 회장 일가는 참석하지 않은 채 치러졌다. 이병철 회장을 기려 제정한 상이자 '한국의 노벨상'이라 불릴만큼 삼성 안팎에 의미가 큰 행사지만 조용하게 거행됐다. 축하공연으로 치러진 바이올린 독주가 이날 호암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시상 축하 공연은 차분한 바이올린 독주였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신경영 선언' 21주년 기념일인 지난 7일, 삼성은 별도의 행사를 준비하지 않았다. 20주년이자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지난해 삼성그룹은 대규모 하계수련회와 다양한 학술행사, 포럼 등을 진행했다.
차분했던 분위기를 깬 건 지난 3일 삼성에버랜드의 전격 상장 발표였다. '삼성가(家) 3남매' 경영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신호탄이었다.
'포스트 이건희'로 꼽히는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후계자로 위치를 굳히고,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간 사업영역도 최종 정리 단계에 돌입하는 수순이었다.
지난해 제일모직, 삼성SDI, 삼성석유화학, 삼성자산운영 등의 사업재편에 이어 지난달 삼성SDS 상장 발표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삼성 후계 작업'이 에버랜드 상장으로 정점을 찍는 분위기다.
이번 상장 결정으로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최대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장으로 '현금 실탄'을 마련해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을 늘려 그룹 지배력 강화에 속도를 낼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그룹 매출 및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 하지만 이 부회장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현재 0.57%에 불과하다.
이 회장의 보유 주식을 포함한 대주주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도 4.7% 수준이다.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계열사의 보유 지분을 합해도 13%에 그친다. 삼성전자의 압도적 지위에 비해 그룹 지배력은 상대적으로 낮다.
또 이 회장 건강 악화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140만 원대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 차원 지분 매입에 더 많은 '현금 실탄'이 필요해진 배경이기도 하다.
이부진·이서현 두 자매도 상장 이익을 계열사 지분 확대에 분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전자·금융·IT 등 핵심 사업을 맡고, 이부진 사장이 호텔·건설·화학 등을, 이서현 사장이 패션·광고·미디어 등을 맡는 구조가 명확해지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상장은 이 회장의 결정이란 분석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에버랜드의 성격상 이 회장의 재가 없이 상장을 추진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 안팎에서는 이 회장 귀국 즈음 삼성SDS에 이어 에버랜드 상장을 결정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며 "앞으로 에버랜드와 삼성전자 간 합병 등으로 새 지주회사가 탄생하고, 이 부회장이 정식 후계자로 공표되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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