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별의 평야 - 박준(1983~)
군장(軍裝)을 메고 금학산을 넘다보면 평야를 걷고 싶고 평야를 걷다보면 잠시 앉아 쉬고 싶고 쉬다보면 드러눕고 싶었다 철모를 베고 풀밭에 누우면 밤하늘이 반겼다 그제야 우리 어머니 잘하는 짠지 무 같은 별들이, 울먹울먹 오열종대로 콱 쏟아져내렸다

시집《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中

군대 시절, 뙤약볕 내리쬐는 산길을 지나 밤 이슬 맺힐 때까지 하염없이 행군하다 보면 온갖 생각이 듭니다. 부대로 복귀하면 물을 벌컥벌컥 마셔야지, 고소한 건빵을 씹어야지, 감칠맛 도는 라면을 먹어야지…. ‘5분간 휴식’ 구호에 군장을 베개 삼아 밤하늘 바라보면, 아! 가장 먹고 싶은 것은 어머니가 해주신 미역국에 잡곡밥이란 걸 깨닫고 일렁이는 별빛에 목이 메었습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