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방위사업의 또 다른 가치
기원전 3세기 로마에서는 도로공사가 한창이었다. 비슷한 시기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장벽을 쌓아 방어체제를 구축할 때 로마는 도로 확장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사람들이 로마 길을 통해 교류하기 시작했고, 각종 물자와 사람들의 생각이 모이면서 새로운 문명이 탄생했다. 개방·공유를 통해 그렇게 탄생한 새로운 가치는 1200년 동안의 대제국을 이루는 바탕이 됐다. 로마제국이 보여준 가치는 성을 쌓아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1차적 가치를 한 차원 뛰어넘어 사람들이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생겨난 새로운 패러다임이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 3.0도 이런 기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공공정보는 보호돼야 하고 공개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 대신에 국민들에게 개방·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소통·협력의 장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해지며 새로운 가치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방위사업청에서도 이런 정부 3.0에 맞춰 개방공유의 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먼저 개방을 통한 민간과의 협력이다. 지난달 23일 장병들의 생활과 밀접한 군수품 품질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어머니급식 모니터링단’을 발족했다. 어머니들로 구성된 급식 모니터링단은 올해 말까지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장병급식을 알리는 활동과 급식계약업체 위생 검사 및 민·관·군 합동위생 점검 참관 등의 급식 안전지킴이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공유를 통한 가치 실현도 있다. 청년 참여를 유도해 국방기술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국방기술을 활용한 청년 창업경진대회’가 그것이다. 국방기술을 민간의 창업아이템으로 제공하고 청년들은 거기에 맞는 아이디어를 찾는 대회로, 우수 아이템에 대해서는 아이디어에 대한 포상으로 끝나지 않고 창업 및 사업화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국방기술의 민간 이전을 창업 및 사업화와 연계하는 새로운 접근으로, 다양한 시각에서 국방기술을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 새 성장동력을 찾는 데 의의가 있다.

바둑 격언 중 ‘착안대국 착수소국(着眼大局 着手小局)’이라는 말이 있다. ‘전체를 폭넓게 보고 방향을 정하되 실행은 한 수 한 수 두라’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밑그림은 크게 그리되 작은 부분부터 차근차근 실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방위사업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 듯하다.

방위사업은 국가안보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개방·공유·소통을 통한 방위사업은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으며,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해 창조국방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용걸 < 방위사업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