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국민의 선택] MB에서 김두관까지…광역단체장은 '大權주자 교두보'
이번 6·4 지방선거에는 여야의 차기 대권 ‘잠룡’들이 대거 출마해 관심을 끌었다. 과거의 무상급식처럼 선거판을 관통하는 큰 정책 이슈는 없었지만 당락에 따라 대선 후보주자군의 희비가 엇갈리는 대진표가 적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광역단체장은 대선 후보로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시·도지사는 지방행정을 접하는 동시에 임기 동안 정치적·지역적 기반을 확대할 수 있어 대선을 향한 관문으로 꼽힌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3년6개월여 앞두고 치러진 이번 선거는 ‘2017년 대선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있다.

○지방선거는 대선 후보 ‘산실’

서울시장은 ‘소통령’으로 불린다. 1000만여명 인구를 가진 수도의 수장이자 연간 24조원의 예산을 운영한다. 서울시장 자리가 대선으로 가는 특급 티켓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봐도 서울시장은 단순한 광역단체장 이상의 정치적 무게감을 갖고 있다.

시장을 지내면 곧바로 대선 후보로 급부상했다. 1995년 초대 민선 시장이던 조순 전 서울시장과 1998년 당선된 고건 전 서울시장이 당시 대선주자로 언급됐다. 2002년 세 번째 민선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경험을 정치적 자산화에 성공해 대통령 자리를 거머쥐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낙선은 했지만 부산시장 도전이 정치적 기반을 확장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런 ‘성공 방정식’을 반영하듯 지난 대선 때도 광역단체장 출신 인사들의 대권 도전이 이어졌다.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경기지사 시절 쌓은 인지도와 행정 경험을 대권에 도전하는 자양분으로 삼았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참여를 위해 지사직까지 중도 사퇴하는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잠룡으로 꼽히는 김문수 현 지사도 두 번의 경기지사 경험을 앞세워 잠룡 대열에 합류했다.

○‘하방’으로 대선주자 우회 접근

현역 의원들이 ‘뱃지’를 떼고 지방 광역단체장에 도전하는 ‘하방(下放)’ 현상이 두드러진 것도 이번 지방선거의 특징이다.

재정경제원 장관 겸 부총리, 외교통상부 장관, 상공부 장관, 국회의원, 대통령 비서실장 등 화려한 이력을 쌓았던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최고의 ‘직업’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농반 진반으로 국회의원을 꼽았다는 얘기가 회자될 정도로 국회의원 뱃지는 정치인에게는 성공의 상징이다. 그럼에도 현역 의원 또는 유력 정치인이 지역으로 내려가 광역단체장에 도전한 것은 대선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가 경남지사행을 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또 새누리당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남경필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의원이 각각 경기지사와 제주지사에 도전한 것도 광역단체장 경력을 발판 삼아 대선후보로 발돋움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