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주와 일부 철강주가 ‘원재료 가격 하락’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무덤덤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재료값 하락이 결국 제품 가격 인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4일 천연고무생산국연합(ANRPC)에 따르면 태국 방콕에서 거래되는 천연고무(RSS-3) 가격은 올초 t당 2505달러에서 지난달 중 2003달러까지 떨어졌다. 동남아시아 고무나무 재배 면적이 늘어나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타이어 업체 입장에서는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고무 가격 하락기를 틈타 중국 타이어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서다. 게다가 중국시장에서 교체용 타이어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타이어 가격 하락 압력이 심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원재료 가격이 올 들어 20% 이상 떨어졌는데도 타이어주 주가는 보합세에 머물러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3일 6만2100원으로 마감, 2분기 들어 2.81% 상승했다. 류연화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재료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완제품 가격 경쟁에 따른 우려가 만만찮다”며 “하반기에도 고무 가격이 추가로 떨어지겠지만 타이어 업체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스크랩(고철)을 원재료로 쓰는 철강주도 원재료 가격 하락 수혜와 제품 가격 조정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세아베스틸, 현대제철 등이 대상이다. 한국철강협회가 집계한 철스크랩 내수 가격은 올초 t당 36만원에서 지난달 31만원으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하반기께 제품 가격 하락 압박이 시작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백재승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해당 기업들이 가격 조정 압력을 얼마나 방어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