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한국판 '마이너리티 리포트' 논란
“오늘 8시4분에 생길 뻔했던 살인사건의 예정 범인으로 당신을 체포한다.”

공상과학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대사다. 수사기관이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 크라임(pre-crime)’을 활용해 미래의 범죄를 예측하고 범인을 사전에 잡는다는 내용이다.

법무부가 이와 비슷한 ‘범죄징후 사전알림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전자발찌를 통해 발찌를 찬 사람의 맥박, 체온, 음주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한 뒤 당사자의 범죄수법, 행동패턴 등과 함께 분석해 범죄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한국은 사전 범죄예방 시스템을 갖춘 최초의 국가가 된다. 지금까지 음주 여부를 점검하는 국가는 일부 있었지만 이 정도 시스템은 전례가 없다.

찬반과 관계없이 논란이 있는 사안인 것만은 틀림없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규율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인권침해 논란을 겪다가 폐지된 보호감호소 제도의 부활이 아니냐는 질문 등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정책 결정은 사회적 논의 없이 독자적으로 이뤄졌다. 관가에서 흔히 열리는 공청회도 한 번 한 적 없다. 전자발찌에 일부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니 별도의 입법도 필요 없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법무부의 밀실에서 모든 게 결정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먼저 충분한 범죄 예방 효과가 있고 수단이 적절하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안전을 위해 사정기관의 통제를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통제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이를 담당하는 사정기관을 국민이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도 논의해야 한다.

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