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4월 소비세 인상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 엔저(엔화 가치 하락)에 힘입은 기업의 실적 개선이 투자 확대와 임금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 회복을 이끄는 모습이다. 3일 닛케이225지수는 2개월 만에 15,000선을 회복하는 등 투자자들의 심리도 개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달 하순 나올 아베 신조 정부의 ‘성장전략’ 강도에 따라 회복 속도가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닛케이 지수 15000 회복…日 소비세 인상 충격 벗나
○닛케이 두 달 만에 15,000선 회복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0.66% 상승한 15,034.25에 마감했다. 지난 4월4일(15,063.77) 이후 2개월 만의 최고치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2엔 위로 올라서며 약세를 보인 것이 강세장을 이끌었다.

지난달 닛케이225지수는 올 들어 처음으로 월간 기준 상승했다. 연기금 위탁자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4400억엔 이상을 순매수하며 반등을 이끌었다. 요네자와 아스히로 일본 공적연금(GPIP) 운영위원장은 현재 최대 12%인 주식 운용 비율에 대해 “20%(상한)도 그렇게 높은 수준이 아닐지도 모른다”며 투자 한도 확대를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자산 규모 10억달러의 슈로더 글로벌 펀드가 일본 비중을 지난달 말 7.1%에서 8.6%로 올리는 등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회복의 선봉은 기업

닛케이 지수 15000 회복…日 소비세 인상 충격 벗나
일본의 경기 회복을 이끄는 것은 기업들이다. 기업들은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에 좋아진 실적을 기반으로 설비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3월 기업 설비 투자는 4.9% 증가하며 4분기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254개 주요 기업은 지난해보다 7.6% 늘어난 27조2345억엔을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일본 내 투자를 15% 늘릴 계획이다.

기업들은 소비세 인상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했다. 소비 침체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이런 까닭에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991년 이후 23년 만의 최고인 3.2%(전년 동기 대비) 뛰었다.

기업 실적 전망도 양호한 편이다. 다이와증권은 올해 주요 200개사의 경상이익이 작년보다 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기업들은 임금 인상을 통해 소비 확대를 유도하기로 했다. 올해 임금인상률을 16년 만의 최고 수준인 2.39%로 결정한 대기업들은 여름 보너스도 사상 최대인 8.8% 인상하기로 했다.

○‘세 번째 화살’ 적중할까

시장의 관심은 이달 말 나올 아베 정부의 ‘세 번째 화살’인 신성장 전략 내용에 쏠리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2% 달성이 순조롭다”며 “잠재성장률을 밀어 올리는 성장전략과 일본 재건전략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장률 전망치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강한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1분기 5.9%(연율 기준)의 ‘깜짝’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분기는 소비세 인상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민간경제연구소 10곳을 조사한 결과 2분기 GDP는 4.4% 감소한 후 3분기에나 2.6% 증가로 돌아설 전망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달 하순 나올 신성장전략 초안에 의료, 근로시간 등과 관련한 규제 해제, 여성 인력 활동 등이 핵심 내용으로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이심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