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관료들의 로펌행이 어제오늘 관행은 아니지만 그동안 비교적 관대하게 보아왔던 게 사실이다. 더구나 나랏돈으로 키운 전문가적 지식과 경험을 마냥 방치할 까닭도 없었다. 현직 때 ‘박봉’에 대한 보상이라는 의미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10대 로펌에만 경제부처 전직 관료가 177명씩이나 몰려 있다니 관(官)피아의 문제점을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로펌 전관들은 퇴직 때 직급에 따라 고문 전문위원의 명함으로 최소 억대 연봉을 받는다. 주된 일은 세무·금융·공정 정책 등에서 관변 정보를 제공하거나 기업이 관련된 소송, 행정불복 업무를 두고 내부의 변호사 세무사 관세사 변리사의 자문에 응해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전관들의 고액 재취업은 관피아 먹이구조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예컨대 세금·과징금의 경감이 단순히 개인적 경험과 지식만으로 해결되는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직 후배들과의 인적관계와 친정 부처의 고위직으로 재임용되는 관례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고 본다. 로펌 전관들은 한결같이 “특별히 하는 일은 없다. 어쩌다 전화나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전화가 문제인 것이다. 일반인들은 부처 담당자들을 만나기조차 쉽지 않다. 부처 업무라인과 흔쾌한 면담만으로도 특정 대관업무의 절반은 성사되는 게 관가의 풍토라는 현실이 중요하다.

2011년부터 로펌도 영리기업처럼 전관의 취업심사 대상에 포함되기는 했다. 세월호 관피아 대책으로 ‘자본금 10억원, 외형 연간 100억원’으로 허용 대상은 더 엄격해진다.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은 여전하다. 차제에 로비스트의 역할과 책임, 보수 근거까지 명확히 하는 로비양성화법 도입을 논의해보자. 재취업 공무원들도 끝없는 편법·탈법·불법로비 논란에서 벗어나고 그들의 지식을 합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로비양성화법은 이미 여러 차례 제안된 법안이다. 율사 의원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던 것이다. 로비는 양성화하는 것이 투명성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더는 미룰 수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