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非이성'이라는 장단에 맞춰 춤추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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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성적 과열
로버트 실러 지음 / 이강국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504쪽 / 1만8000원
로버트 실러 지음 / 이강국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504쪽 / 1만8000원
1994년 초 3600선에 머물렀던 다우존스지수는 2000년 초 11,700선을 넘어섰다. 6년 만에 3배 늘어난 숫자다. 같은 기간 브라질, 프랑스, 중국, 독일, 영국 등에서도 주식시장의 실질가치가 2~3배 늘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시기의 주가 상승은 어떤 합리적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었다. 기초적인 경제지표들은 3배씩 늘어나지 않았다. 이 기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0%를 넘지 않았다. 기업 이윤 증가도 60% 미만이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2000년 출간한 《비이성적 과열》을 통해 버블이 곧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책이 출간된 그달부터 실제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번에 나온 책은 2005년 펴낸 전면 개정판으로 집값 거품에 대한 경고가 추가됐다. 이 예상 역시 서브프라임 사태로 현실화됐다.
1990년대 후반과 같은 시장 과열에는 여러 구조적 요인들이 작용한다. 먼저 자본주의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노동조합이 쇠락한 자리를 국제 금융시장과 온라인 경매시장이 대체했다. 노동시장 개방은 노동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투자처로서 주식·주택시장의 가치를 상승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이런 구조적 요인 못지 않게 문화적·심리적 요인을 시장 과열의 중요한 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언론은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시장 변동 상황을 경쟁적으로 보도한다는 지적이다. 언론은 때때로 과거의 가격 변화를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가격 변화를 이끌어내고 다른 연속적인 사건을 만든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대중들이 시장의 가치를 정확히 계산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사람들은 시장의 가치를 판단할 때 기준점을 찾게 되는데, 이것을 ‘심리적 앵커(anchor·닻)’라고 한다. 가령 주식시장의 심리적 앵커는 전날의 가격이다. 사람들은 관심사에 따라 각기 다른 기준점을 적용한다.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 판단이 끼어들 여지가 많은 셈이다.
책이 처음 나왔던 2000년 당시 수많은 미국인들이 주식은 한 번 사면 계속 오른다는 집단적 착각에 빠져들었던 것도 비합리적 판단에 따른 심리적 앵커다. 저자는 “주가 수준은 어느 정도까지는 자기실현적 예상에 의해 결정된다”며 “규모에 상관없이 많은 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비슷한 직감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통념을 언론이 정당화함으로써 더욱 강화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움직일수록 보다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주식 보유를 줄여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계획을 세워 저축을 늘려야 한다. 개인뿐 아니라 재단, 대학 등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버블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통화 정책을 운용해야 하며 여론 주도층은 시장을 안정시키는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제안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하지만 이 시기의 주가 상승은 어떤 합리적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었다. 기초적인 경제지표들은 3배씩 늘어나지 않았다. 이 기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0%를 넘지 않았다. 기업 이윤 증가도 60% 미만이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2000년 출간한 《비이성적 과열》을 통해 버블이 곧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책이 출간된 그달부터 실제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번에 나온 책은 2005년 펴낸 전면 개정판으로 집값 거품에 대한 경고가 추가됐다. 이 예상 역시 서브프라임 사태로 현실화됐다.
1990년대 후반과 같은 시장 과열에는 여러 구조적 요인들이 작용한다. 먼저 자본주의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노동조합이 쇠락한 자리를 국제 금융시장과 온라인 경매시장이 대체했다. 노동시장 개방은 노동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투자처로서 주식·주택시장의 가치를 상승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이런 구조적 요인 못지 않게 문화적·심리적 요인을 시장 과열의 중요한 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언론은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시장 변동 상황을 경쟁적으로 보도한다는 지적이다. 언론은 때때로 과거의 가격 변화를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가격 변화를 이끌어내고 다른 연속적인 사건을 만든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대중들이 시장의 가치를 정확히 계산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사람들은 시장의 가치를 판단할 때 기준점을 찾게 되는데, 이것을 ‘심리적 앵커(anchor·닻)’라고 한다. 가령 주식시장의 심리적 앵커는 전날의 가격이다. 사람들은 관심사에 따라 각기 다른 기준점을 적용한다.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 판단이 끼어들 여지가 많은 셈이다.
책이 처음 나왔던 2000년 당시 수많은 미국인들이 주식은 한 번 사면 계속 오른다는 집단적 착각에 빠져들었던 것도 비합리적 판단에 따른 심리적 앵커다. 저자는 “주가 수준은 어느 정도까지는 자기실현적 예상에 의해 결정된다”며 “규모에 상관없이 많은 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비슷한 직감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통념을 언론이 정당화함으로써 더욱 강화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시장이 비이성적으로 움직일수록 보다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주식 보유를 줄여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계획을 세워 저축을 늘려야 한다. 개인뿐 아니라 재단, 대학 등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버블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통화 정책을 운용해야 하며 여론 주도층은 시장을 안정시키는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제안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