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유출 사고, 엔지니어 사기 높여야 예방"
1억여건에 달하는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로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던 카드사들이 최근 영업을 재개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45·사진)는 27일 “이번 사건처럼 관리부실 외에도 이미 전산망에 검은 손이 대부분 들어와 있어 언제 어떤 식으로 정보유출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를 끝으로 검찰을 떠나 2006년 김앤장에 입사했다. 그러나 2012년 김앤장을 떠나 정보기술(IT)에 특화된 부티크로펌 테크앤로를 직접 차렸다.

“공무원들이 전문성 없이 이 부서 저 부서를 가는 게 문제입니다. 검사도 이동이 너무 잦아요. 한 부서에만 있는 것도 문제겠지만, 어쨌든 큰 방향성을 갖고 전문가를 키울 수 있게 공직사회가 변해야 합니다.”

그는 어린 시절 세운상가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전자부품을 사서 조립하고 전기회로를 공부하기도 했다. 대학 진학은 부친의 권유에 따라 법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다시 태어나면 주저 없이 이공계 전공을 택하겠다고 했다.

“지금도 코딩 등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고 싶어요. 삼성SDS에서 나온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PC방 관리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무료 배포하는 과정에서 한게임이 전국에 깔리지 않았습니까. 뭔가 필요한 걸 스스로 만들고 이를 비즈니스로 만들어 나가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지…. 법조인 생활했던 것 만큼 소프트웨어에 몰두했다면 훨씬 잘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구 대표는 기억에 남는 담당 사건으로 2007년 맡았던 두산중공업 해수담수화플랜트 제조기술 유출사건을 꼽았다. 그가 지적한 기술유출 사태는 의외로 심각하다. 특정 기술이 영글어 시장에서 먹히기 시작할 때 어김없이 유출 사고 또는 분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주로 내부 직원이 이직 등 형태로 기술을 빼내서 제품을 만들고, 경쟁사를 만들어 바이어들을 상대로 덤핑을 합니다. 기술을 개발한 기업은 퇴출되고, 도둑질한 기업은 살아남는 겁니다. 돈을 목적으로 사람이 빼내는 거라 막기가 힘들어요. 엔지니어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대우해 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라고 봅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