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확률 1%의 병마 이겨낸 시인의 일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나태주 씨 산문집 '날마다 …' 출간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많은 이들이 애송하는 시 ‘풀꽃’이다. 이 시를 쓴 나태주 시인(사진)이 산문집 《날마다 이 세상 첫날처럼》(푸른길 펴냄)을 냈다. 공주문화원장으로 일하는 나 시인의 산문에서 눈에 띄는 낱말은 ‘감사’와 ‘사랑’이다.
그는 쓸개에 큰 병이 생겨 석 달 보름을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앓은 적이 있다. 생존 확률 1%의 병을 이겨낸 시인은 매일을 세상 첫날처럼 여긴다. 아침에 들리는 새 소리, 길가의 풀, 푸른 하늘에도 감사하고 감격하며 사는 것이 시인의 하루하루다. 그렇게 느낀 일상의 감사가 담담한 문체로 책에 새겨져 있다.
“이 일상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에 눈을 떠야 한다. 이것은 하나의 깨달음과 같고 발견에 준하는 일이다. 이러한 일상의 소중성만 알게 된다면 모든 것이 확 달라질 것이다. 소망하는 행복이란 것도 쉽게 그 실체가 확인될 것이다.”(58쪽)
시 ‘풀꽃’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도 들려준다. 공주 상서초등학교 교장이던 2002년, 시인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날 공부에 싫증이 난 아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 풀꽃 그림을 그리게 했다. “어떻게 하면 잘 그릴 수 있어요?”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시인은 이렇게 답했다.
“그 풀꽃을 자세히 보아야 하고 오랫동안 보아야 한단다. 그러면 풀꽃이 예쁘게 보이고 사랑스럽게 보이지. 그건 너희들도 그렇단다.”
아이들의 질문에 답한 것이 명시가 된 셈이다. 칠순을 앞둔 노시인은 젊은 시인들에게 건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아무리 시가 은유와 상징, 고급한 수사로 이루어진 문장이라고 그러지만 어딘가에는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단서가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정확한 문장에는 독자가 모이지만 정확하지 않은 문장에는 평론가가 모인다”는 프랑스 소설가 카뮈의 말을 인용한 그의 글엔 후배와 독자를 위한 진심이 녹아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많은 이들이 애송하는 시 ‘풀꽃’이다. 이 시를 쓴 나태주 시인(사진)이 산문집 《날마다 이 세상 첫날처럼》(푸른길 펴냄)을 냈다. 공주문화원장으로 일하는 나 시인의 산문에서 눈에 띄는 낱말은 ‘감사’와 ‘사랑’이다.
그는 쓸개에 큰 병이 생겨 석 달 보름을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앓은 적이 있다. 생존 확률 1%의 병을 이겨낸 시인은 매일을 세상 첫날처럼 여긴다. 아침에 들리는 새 소리, 길가의 풀, 푸른 하늘에도 감사하고 감격하며 사는 것이 시인의 하루하루다. 그렇게 느낀 일상의 감사가 담담한 문체로 책에 새겨져 있다.
“이 일상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에 눈을 떠야 한다. 이것은 하나의 깨달음과 같고 발견에 준하는 일이다. 이러한 일상의 소중성만 알게 된다면 모든 것이 확 달라질 것이다. 소망하는 행복이란 것도 쉽게 그 실체가 확인될 것이다.”(58쪽)
시 ‘풀꽃’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도 들려준다. 공주 상서초등학교 교장이던 2002년, 시인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날 공부에 싫증이 난 아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 풀꽃 그림을 그리게 했다. “어떻게 하면 잘 그릴 수 있어요?”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시인은 이렇게 답했다.
“그 풀꽃을 자세히 보아야 하고 오랫동안 보아야 한단다. 그러면 풀꽃이 예쁘게 보이고 사랑스럽게 보이지. 그건 너희들도 그렇단다.”
아이들의 질문에 답한 것이 명시가 된 셈이다. 칠순을 앞둔 노시인은 젊은 시인들에게 건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아무리 시가 은유와 상징, 고급한 수사로 이루어진 문장이라고 그러지만 어딘가에는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단서가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정확한 문장에는 독자가 모이지만 정확하지 않은 문장에는 평론가가 모인다”는 프랑스 소설가 카뮈의 말을 인용한 그의 글엔 후배와 독자를 위한 진심이 녹아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