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오키 사장 "1심 패소 후 매출 반토막…특허 중요성 깨달아"
“규모가 작더라도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는 특허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순간정전방지 장치를 만드는 오키(OKY)의 박영수 사장(사진)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있을 때 특허소송까지 당해 매출이 급속히 줄었다”며 “국내 고객들은 분쟁의 소지가 있으면 해당 제품을 쓰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2010년 114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69억원으로 줄어드는 위기를 겪으면서 특허 관리와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오키가 만드는 제품은 반도체나 자동차 공장 등에서 순간적으로 전력이 부족해지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다. 오키는 2005년부터 이 제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낮은 가격과 높은 품질을 앞세워 일본 제품이 장악하고 있던 시장을 조금씩 대체했다. 그러나 2012년 6월 경쟁사 어드밴스드웨이브가 특허침해 가처분 소송을 안양지법에 내면서 제동이 걸렸다. 법원은 1심에서 경쟁사 손을 들어줬다.

박 사장은 “2005년부터 쓰고 있던 기술이고 일본에서는 상용화된 특허여서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며 “국내에 특허등록이 안 돼 있는 사실을 경쟁사가 활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사장은 소송이 걸린 특허를 회피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동시에 소송에 적극 대응키로 방침을 정했다. 그는 “그들의 특허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으면 해결될 것이라고 판단해 전문적인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특허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냈다”고 말했다. ‘어드밴스드웨이브가 갖고 있는 특허는 무효’라는 내용이었다. 심판원은 오키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진 항소심, 상고심에서도 모두 오키가 이겼다.

박 사장은 “지난 3월 재판에서 최종 승소하자 대기업들이 다시 제품을 구입하기 시작했다”며 “지난 1분기 매출이 30억원을 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매출 120억원은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국내 거래처가 정상화되고 일본 수출도 재개했기 때문이다. 올해 대만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도 영업네트워크를 확보할 계획이다. 그는 “하반기 중 고효율의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 신제품이 나오면 더 많은 매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키는 단국대 전자공학과 동기동창 세 명이 1992년 창업한 회사다. 영업을 담당하는 박 사장과 연구담당 지옥조 이사, 관리담당 신금호 이사가 지분을 33.3%씩 갖고 있다. 회사에 돈이 필요하면 세 명이 똑같이 부담하고, 돈을 벌어도 똑같이 나눈다.

군포=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