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의 자동차 부품업체에 다니는 송인철 씨(48)는 올초 회사에서 받은 성과급 300만원을 퇴직연금에 넣었다. 근로소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회사에서 입금하는 정해진 퇴직연금 외에 성과급을 추가한 것이다.

그는 “급하게 지출할 일만 없다면 성과급이 나올 때마다 퇴직연금에 부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을 장기 재테크 상품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원금을 보장하는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 등에 투자하는 게 가능하고 절세 혜택까지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재테크'…성과급 넣으면 소득세 면제
○절세 혜택 큰 퇴직연금

퇴직연금이 기존 퇴직금 제도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운용 방식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가입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따라 맞춤식 노후 설계를 할 수 있다. 기존 제도는 ‘퇴직 전 3개월간 평균임금×근속연수’(확정형)로 퇴직금을 결정하는 단순한 구조다. 퇴직 때 한꺼번에 목돈을 받게 되며, 퇴직소득세(평균 9%)를 납부하면 된다.

반면 퇴직연금은 이런 확정형 방식(DB형) 외에 가입자들이 직접 운용할 수 있는 DC(확정기여)형, 직장이 없더라도 가입할 수 있는 IRP(개인형 퇴직연금)형 등이 있다.

매년 일정액을 안전한 예금으로 굴리거나 실적배당형인 상품에 넣고 ‘플러스 알파’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퇴직 때는 종전처럼 한꺼번에 목돈을 받거나 월급처럼 평생 연금 방식으로 수령하면 된다. 연금으로 탈 때는 저율의 연금소득세(3.3~5.5%)만 내면 된다. 연금을 받을 때마다 세금을 내는 식이어서 ‘과세 이연’(세금납부 지연) 효과도 볼 수 있다.

작년 소득세법이 개정돼 DC형 가입자들이 경영 성과급을 추가 적립할 수 있게 된 것도 퇴직연금의 큰 장점으로 꼽힌다. 성과급 적립액에 대해선 6~38%인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기업 역시 직원 성과급에 대한 4대 보험료 추가 부담을 덜 수 있다.

○엇갈리는 손비인정 한도

정부는 기존 퇴직금 대신 퇴직연금 제도 도입 기업을 늘리기 위해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게 손비인정 한도다.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퇴직금 제도를 유지하는 기업이 사내 적립액에 대해 받을 수 있는 손비 한도는 대폭 축소된다. 올해 10%에서 내년 5%로 줄어드는 데 이어 2016년엔 폐지된다.

반면 퇴직연금 가입 기업은 적립액만큼 손비를 인정받을 수 있다. DC형은 전액, DB형의 경우 퇴직급여 추계액 내에서 100% 손비를 인정받아 법인세를 아낄 수 있다.

퇴직금 제도를 유지하는 기업은 연속 적자로 부도 위기에 처했을 때 임직원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 퇴직급여 충당금을 장부상으로만 기록한 채 운영자금으로 활용하는 회사가 적지 않아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금 체불액은 해마다 증가세다. 2011년 3904억원에서 2012년 4485억원, 작년 4571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으로 작년 7월부터 DC 및 IRP형의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기업이 내게 된 점도 가입자 입장에선 호재다. 추가 적립액에 대한 수수료만 가입자 부담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한국에서도 미국 호주 등처럼 DC형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능동적으로 노후 설계에 나서는 재테크 족(族)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