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중국, 도발적" 비판에 왕이 "말과 행동 조심하라" 반박
동중국해 방공구역 사태 재연 우려…중·러 내주 합동군사훈련


남중국해 석유시추를 둘러싼 중국과 베트남의 대립이 아시아 역내질서의 양대 축인 미·중간의 갈등으로 확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사전경고에도 불구하고 석유시추 작업을 강행하고 나서자 미국은 이를 '도발행위'로 규정하며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작년말 동북아 정세를 격랑 속으로 밀어넣었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와 중국 외교부는 13일 존 케리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외교부장간의 전화통화 사실을 소개하며 외교적 공방을 벌였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이 발표한 언론성명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왕 부장에게 "최근 남중국해 사태에 강력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중국의 석유시추와 정부소유 선박들의 출현은 도발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케리 장관은 "양측이 긴장을 낮춤으로써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고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촉구한다"고 말했다고 사키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왕 부장이 케리 장관에게 신중한 언행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미국 측이 객관적이고 공평 타당한 태도로 관련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말과 행동을 각별히 조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고 화 대변인은 전했다.

양측의 이 같은 공방은 역내 패권질서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과 맞물려 작년말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사태와 같은 수준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지난달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통해 중국을 군사·외교적으로 포위하는 전략을 취하자 중국이 잠복해있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다시 끌어내 세과시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은 미국 측이 주미 중국대사관 등 공식 외교채널을 통해 도발적 행위를 자제할 것을 종용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석유시추를 강행했다고 외교소식통들이 전했다.

케리 장관이 12일(현지시간) K. 샨무감 싱가포르 외무장관과 회담하기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이 남중국해에서 보이는 '공격적 행동'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오는 17∼27일 또다른 분쟁대상 해역인 동중국해 일부 수역에 대해 교통통제를 하고 러시아와의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어서 상황에 따라 미·중간의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의 초청으로 이날 미국을 방문하는 팡펑후이(房峰輝) 중국군 참모총장이 오는 15일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중국의 동·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를 놓고 미·중간에 어떤 대화가 오갈지 주목된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오는 7월초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제6차 전략경제대화(S&ED)를 가질 예정이라고 미국 국무부가 이날 밝혔다.

미국 측에서는 케리 국무장관과 제이컵 루 재무장관, 중국 측에서는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양(汪洋) 부총리가 참석한다.

(워싱턴·베이징연합뉴스) 노효동 홍제성 특파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