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계획대로 올해까지만 시행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해운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며 회사채 신속인수제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유동성 위험 기업 '동아줄', 회사채 신속인수제 연장 없다
○회사채 신속인수제 올해 종료

13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이용 현황과 부작용을 고려할 때 연장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며 “예정대로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에 대해서만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입 당시 외환위기 때나 필요한 지원책을 내놨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이용회사가 많지 않은 데다 연장할 경우 일부 회사의 잠재적 부실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7월 도입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10개월 동안 이용 회사가 4곳에 그쳤다. 현대상선은 3360억원, 동부제철은 2650억원, 한라는 2720억원, 한진해운은 1252억원의 차환발행금을 지원받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을 살리겠다며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도입할 당시 금융당국은 이용 회사가 수천곳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지만 실제 결과는 크게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이용하면 유동성 위험에 빠진 기업으로 ‘낙인’ 찍힐 수 있는 데다 채권단이 경영권 행사에 제약을 두기 때문에 기업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금난 기업 위해 연장해야”

기업들의 신청이 저조하자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지원 대상을 결정하는 차환심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일부 지원조건을 완화했다. 대주주의 경영권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는 방향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신속인수제 신청 회사는 새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면 이미 신청한 회사들에 대한 지원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한진해운은 오는 6월과 9월 만기예정인 회사채 600억원과 1500억원에 대해 차환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소수 회사에 지원이 집중되면서 잠재적 부실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위는 회사채 시장의 안정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는 점을 추가 연장 불가의 근거로 내세우지만 건설 해운 등 일부 업계에서는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이용 회사의 많고 적고를 떠나서 기업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이었다”며 “해운업의 경우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중단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 회사채 신속인수제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기업에 차환발행을 지원하는 제도. 기업은 만기 회사채의 20%를 스스로 갚아야 한다. 나머지 80%에 대해선 회사채를 발행한다. 이 회사채는 산업은행이 사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