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내달 1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려질 창작오페라 ‘천생연분’.
오는 31일, 내달 1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려질 창작오페라 ‘천생연분’.
조선 최고의 가문 출신이지만 가난한 김 판서와 신분 상승의 한을 풀려는 조선 최대 갑부 맹 진사는 사돈을 맺기로 했다. 김 판서의 딸 서향과 맹 진사의 아들 몽완은 부모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지만 얼굴 한번 보지 않고 결혼하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부모를 설득해 각각 자신의 몸종으로 신분을 숨긴 채 만난 이들은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자식들이 몸종에게 마음을 빼앗겼다고 여긴 부모들은 신분을 거스른 사랑이라며 파혼을 선언한다. 사랑이 깊어진 두 사람은 상대방에게 신분을 드러내고 그제야 원래 정혼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둘은 마을 사람들의 축하 속에 혼례를 치른다.

창작 오페라 ‘천생연분’의 줄거리다. 극작가 오영진 씨의 희곡 ‘맹 진사댁 경사’를 원작으로 작곡가 임준희 씨가 곡을 썼다. 2006년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돼 “풍부한 한국 문화와 유럽적인 요소의 이상적인 결합”이란 호평을 받았다.

국립오페라단이 오는 31일과 내달 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 작품을 공연한다. 국내 공연은 2006년 10월 이후 8년 만이다.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씨는 “아름다운 결혼 풍습과 같은 한국의 미학과 색채를 담는 동시에 극적 긴장감을 가진 재미있는 오페라를 만들려고 했다”며 “내용은 물론 판소리, 가곡 등 전통 성악을 멜로디에 녹여냈다”고 말했다.

2006년 초연 때는 주인공 서향이 몽완의 몸종 서동과 사랑의 도피를 하는 결말이었지만 이번에는 서향과 몽완이 맺어지는 내용으로 바꿨다. 임씨는 “‘천생연분’이라는 제목에 초점을 맞춰 극적 진행과 결말을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연극 ‘메피스토’에서 호흡을 맞춘 연출가 서재형 씨와 극작가 한아름 씨가 참여한다. 주인공 서향과 몽완은 각각 소프라노 서활란·테너 이승묵 씨가 맡는다. 몸종인 이쁜이와 서동 역으로 소프라노 이현·바리톤 강주원 씨가 나선다.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김덕기 씨의 지휘에 맞춰 연주한다.

31일 오후 7시30분, 6월1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만~10만원. (02)586-5284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