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저는 통일이 대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우리 경제가 대도약할 기회입니다."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통일대박론'을 화두로 던졌다. '경제'와 '통일', 두가지 키워드에 금융투자업계는 주목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은 것은 신영자산운용이다. 신영운용은 지난 3월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 펀드를 내놓으면서 통일 투자의 패러다임을 선점했다.

펀드를 기획하고 운용하고 있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을 지난 12일 만났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이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정부 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였죠. 우리도 장기적인 투자 과제로 고려해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 부사장은 이후 두 달여 간의 준비 끝에 마라톤통일코리아 펀드를 내놨다고 밝혔다. 통일과 북한지역의 단계적 개발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에 투자하는 콘셉트를 가진 펀드다.

통일이 과연 투자대상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일부 회의적인 목소리와 달리 펀드는 '대박'을 터트렸다. 신영증권 단 한곳에서만 판매됐음에도 출시 두달만에 펀드 수탁고는 300억원에 달한다.

수익률도 뛰어나다. 설정 이후 수익률은 4.58%로 코스피200지수 상승률(1.27%)를 웃돌았다.

특이한 점은 거액자산가들의 뭉칫돈이 대거 몰린 것이다. 남들보다 발빠르게 투자 트렌드를 선도하는 자산가들은 통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투자기회가 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허 부사장은 "통일에 대비하는 시점은 지금이 빠르거나 늦다고 말할 수 없다"며 "과거 남북정상회담도 갑자기 이뤄졌듯이 양쪽의 필요성이 충족되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지금 저성장·고령화라는 정체국면에 부딪쳤고,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내수시장 확대가 필요하다"며 "이런 점에서 통일이라는 과정은 필수불가결한 선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통일의 당위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정부가 지속적으로 통일을 추진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마라톤통일코리아 펀드가 주로 투자하는 업종은 철강금속 화학 음식료품 등이다.

지난 3월14일 기준으로 삼성전자(5.89%)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지만 비중은 시장(16.5%)대비 크게 낮다. 대신 제일제당(2.25%), LG화학(2.25%), 락앤락(2.24%), 롯데칠성(2.24%), CJ제일제당(2.24%), 한국가스공사(2.23%), 삼양홀딩스(2.23%) 등의 종목 비중이 시장보다 높다.

허 부사장은 "통일 이후 독일의 발전 과정 등을 분석하고 단계적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해 수혜종목을 꼽았다"고 밝혔다.

독일의 경우 통일 후 독일증시 지수가 10년 동안 686% 증가한 바 있다. 같은 기간 한국증시는 250% 상승에 그쳤다.

허 부사장은 한국이 통일 된다면 정부 주도의 토목, 발전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이뤄지고 남북한 간의 물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 주민의 식료품 소비와 의료지원, 사회보장 시스템 증가 등이 이뤄진 후, 경제규모가 증가하면 관광산업 발달도 기대된다는 전망이다. 금리 상승안정으로 금융업종도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자료: 신영자산운용
자료: 신영자산운용
그는 "한국 내수기업들은 대부분은 성숙기 기업들인데 통일을 하면 성장기회가 생겨 새로운 투자모멘텀이 만들어진다"며 "SOC 투자나 에너지, 음식료, 제약, 농업관련주 등이 순차적으로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 손꼽히는 가치투자의 대가답게 그의 종목 매매 기준은 저평가된 가치주 투자다.

허 부사장은 "통일 수혜주로 꼽는 종목들의 주가는 현재 바닥권인 저평가 상태여서 리스크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통일펀드는 일종의 '섹터펀드'다. 단기적으로 시장을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고 반대로 움직일 수도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 이 펀드는 3년 안에 펀드를 환매할 경우에 이익금의 30%를 환매수수료로 부과한다.

허 부사장은 "통일이 악재냐 호재냐에 따른 논쟁은 아직 있지만 준비하고 통일을 맞느냐 그렇지 않느냐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지금부터 순차적으로 준비해 단계적으로 접근을 하면 한국 경제에 성장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